냉동인데 두 토막에 1만3000원... 전 세계가 열광하는 값비싼 생선의 정체
2025-10-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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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백화점에서 나막스를 이 물고기라고 잘못 팔더라"

냉동 주제에 kg당 3만원이 넘는 생선이 있다. 살아잇는 광어나 도미보다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이 생선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수산물 전문 유튜버 김지민이 운영하는 '입질의추억TV'에 올라온 영상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일급 식재료 은대구에 대해 알아봤다.
김지민은 은대구에 대해 “전 세계인들이 정말로 맛있어서 열광한다. 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다루는 일급 식재료"라며 "이 생선 쓰는 식당이 있다면 진짜 맛집"이라고 소개했다.
김지민은 각목처럼 딱딱하게 얼어 있는 1.5kg짜리 2마리를 9만5000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kg당 3만원이 넘는 셈. 은대구는 온라인에서 토막 내 판매하거나 대가리와 내장을 뺀 원물 상태로 판매된다. 350g 한 팩에 1만3000원 정도다. 두 토막에 1만3000원이니 결코 싸지 않다. 김지민은 "활어도 아닌 냉동인데 굉장히 비싸다"고 말했다.
단면은 아주 하얗게 보였다. 김지민은 "메로가 남반구 쪽 깊은 수심에 사는 물고기라면, 북반구 특히 북태평양 쪽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바로 은대구"라고 설명했다. 
은대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먹는다. 구이 아니면 조림이다. 구이는 가운데 척추뼈가 드러나게 잘라 된장 양념에 재서 굽거나 버터나 소금을 쳐서 굽는다. 김지민은 "포를 떠서 껍질을 붙인 채 스테이크를 한번 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조림은 서양권에서 간장 조림 베이스로 많이 먹는다. 한국식으로 칼칼하게 고춧가루를 넣어 조려 먹어도 괜찮다. "심해 어종이다 보니까 기름기가 많다. 거의 메로와 맛이 비슷하지만 메로와는 전혀 다른 물고기다.“
은대구는 러시아 베링해, 알래스카, 캐나다, 미 서부 해안 등 거의 북태평양 쪽에 많이 분포한다. 수심은 몇백 미터에서 몇천 미터까지 아주 깊은 수심에 적응하며 산다. 김지민은 "보통 수압이 엄청나고 아주 깊고 차가운 물에 사는 물고기들은 연중 산소를 견뎌야 하기에 지방이 많다. 성장 속도가 굉장히 느려 양식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 여행 갔을 때 캘거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은대구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질감이 내가 알던 대구하고는 좀 달랐다. 뭔가 고소한 버터 풍미가 있었다.“
은대구에 관한 오해도 바로잡았다. 김지민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구탕의 재료는 대구로 쓰는데, 이 대구가 대구목 대구과에 속한 어류다. 그런데 은대구는 이미 그 상위 카테고리부터 다르다. 은대구과에 속한다. 완전히 다른 어종"이라고 강조했다.
서양권에서는 블랙코드(Black Cod), 세이블피시(Sablefish), 버터피시(Butterfish) 등으로 불린다. 김지민은 "블랙코드에서 코드가 대구를 뜻한다. 그래서 대구라는 명칭을 붙인 것 같다. 흑대구나 검정대구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선 음식에 검은색이 들어가면 뭔가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검정대구보다 은대구가 낫겠다고 해서 붙인 게 아닐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대구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어종들도 혼란을 야기한다. 겨울이 제철인 나막스(막스라)가 대표적이다. 호프집에서 찢어 먹는 이 생선의 표준명은 붉은메기다. 꼬리만 빼면 약간 대구와 비슷하게 생겼고 수염도 달려 있어 시장에서 보통 은대구로 많이 취급된다.
김지민은 "백화점에서도 나막스를 은대구라고 팔더라"라면서 "마트나 백화점에서 명칭을 정확히 확인했으면 좋겠다. 붉은메기, 나막스를 은대구라고 파는 건 잘못됐다. 가격도 완전히 다르다. 나막스는 굉장히 저렴한데 은대구는 굉장히 비싼 어종이다. 심지어 수입산 냉동인데도 비싸다"고 강조했다.
은대구가 비싼 이유는 첫째, 맛있기 때문이다. 김지민은 "전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맛을 가졌다. 담백하면서도 기름기가 많다. 거슬리는 향도 없고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도 많이 들었다. 메로만큼 인기가 있는 생선"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공급량이 적다. "돈이 되는 산업에는 많이 뛰어들어 많이 잡았더니 남획이 일어나 귀해졌다. 지금은 이거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나 어선이 한정돼 있다. 지정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고 정확하게 쿼터량을 정해서 잡을 수 있는 양만 잡을 수 있도록 해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짜 멸종될 수 있다. 공급량이 적고 찾는 사람은 많으니 많이 비싸졌다.“ 
손질을 시작한 김지민은 포를 뜬 뒤 스테이크와 간장조림을 만들었다. 스테이크는 껍질이 바삭해지도록 물기를 철저하게 닦고 올리브오일을 충분히 두른 팬에 구웠다. 버터와 이탈리아 파슬리로 마무리했다.
한 입 베어 먹은 김지민은 "굉장히 부드럽다. 약간 물에 젖은 생선살을 먹는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촉촉하다. 살결이 굉장히 보드랍다. 살도 되게 미끄럽다"며 "지방의 고소함이 메로랑 비슷한데 훨씬 촉촉하다. 촉촉함의 끝판왕"이라고 평가했다.
간장조림은 간장 한 컵, 미림 반 컵, 다시마 육수 세 컵, 설탕을 넣어 만들었다. 강불에 10분 정도 끓이고 중약불로 낮춘 다음 육수가 반 정도 줄어들 때까지 끓였다.
조림을 맛본 김지민은 "역시 딱이다.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라며 "솔직히 나는 원래 조림보다 구이를 좋아하는 구이파지만 은대구는 조림이 진짜 맛있다. 식감이 입안에서 그냥 스르르 풀어져서 녹아버린다. 메로보다 조금 더 담백하다"고 극찬했다.
김지민은 손질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기생충을 발견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지민은 "토막 난 제품, 깔끔하게 드레싱된 걸 구매할 수 있는 곳을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