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생선이 kg당 3만7000원... 호텔 셰프도 못 구해 안달인 물고기
2025-10-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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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는데 활어보다 비싼 '기름 폭탄 생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죽은 생선이 kg당 3만7000원에 팔린다. 활 광어나 활 도미보다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종사자들은 이 생선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수산물 전문 유튜버 김지민이 운영하는 '입질의추억TV'가 이 귀한 생선의 정체를 소개한 바 있다.
영상에서 김지민은 새벽 3시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그는 "흥미로운 콘텐츠 소재를 찾으러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살 게 너무 없었다"고 했다. 빈손으로 갈 수 없었던 김지민의 눈에 들어온 생선은 바로 '브란지노'였다. 그는 1.4kg짜리 한 마리를 5만2000원에 구입했다. kg당 3만7000원꼴이다.
브란지노는 유럽 농어의 이탈리아식 명칭이다. 표준명은 유럽 농어다. 지중해 농어라고도 불린다. 김지민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나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레스토랑, 고급 일식집 종사자들은 알겠지만, 경남·전남·충남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생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생선이 국내 바다에 서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농어는 대서양을 비롯해 지중해와 흑해에 주로 서식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대량 양식하는 국가는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이집트다. 김지민은 자신이 쓴 '생선 바이블' 책에도 유럽 농어를 간략하게 기술했다고 밝혔다.
체형은 농어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김지민은 "대가리가 작고 뾰족하다. 자연산 농어는 약간 금빛을 띠는데 유럽 농어는 은회색이나 흑회색 같은 무채색에 가깝다"며 "비늘 모양도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지민은 이 생선을 다루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수입산 농어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트에서 파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것도 아니다. 노량진 새벽 시장에 가면 한 몇 마리씩 소량 들어오는데 kg당 3만7000원이면 활 광어, 활 도미보다 비싸다. 죽어서 온 주제에 1.4kg을 총 5만2000원에 구매했다.“
그럼에도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 종사자들은 이 생선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김지민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브란지노 농어는 양식이라 사료를 엄청 먹인다. 내가 유럽에 가서 실제로 먹어봤는데 일반 농어에 비해 기름기가 굉장히 많다. 가장 기름기가 절정일 때는 기름이 절절 흐른다. 노르웨이 연어처럼 생으로 온다.“
업계에서는 이 생선을 회로 쓰거나 초밥으로 만든다. 특히 카르파초(익히지 않은 쇠고기나 생선의 살을 이용한 이탈리아 요리)가 인기가 많다. 그 외에 스테이크로 많이 쓰고, 달걀흰자로 머랭을 쳐서 소금에 반죽한 다음 굽는 소금 반죽 구이도 인기다.
김지민은 1.4kg짜리 브란지노 한 마리로 세 가지 코스 요리를 만들었다. 배 부분을 가르자 지방이 가득했다. "지방 낀 거 좀 보라. 비싼 값을 할 것 같다." 살을 썰자 번들거리는 기름기가 눈에 띄었다. "참치를 썬 것 같은 그런 기름기다. 엄청 번들거린다. 냄새를 맡아보니 기름기 풍미가 되게 달콤하다. 구웠을 때 얼마나 고소할까. 도대체 사료를 어떻게 먹인 것일까. 지금 썰어 보니까 육질은 굉장히 물렁하다.“ 
김지민은 카르파초 소스는 디테일하게 알려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리브유와 레몬즙인데 좋은 제품을 써야 한다. 향이 굉장히 좋은 올리브유는 아침에 일어나서 숟가락으로 그냥 먹어도 된다. 굉장히 몸에 좋다. 올리브유와 레몬즙을 무조건 2대 1 비율로 해야 제일 맛있다. 좋은 올리브유는 먹었을 때 과일 향이나 허브 향, 약간 스파이시한 향이 많이 난다. 진짜 그냥 먹어도 맛있다.“ 
스테이크는 강불에서 구웠다. "물기를 잘 닦아야 바삭하게 익는다. 눌러붙지 않도록 한 10초라도 눌러주면 좋다." 로즈메리와 마늘을 넣고 버터로 마무리했다. 화이트 와인과 레몬즙을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카르파초를 맛본 김지민은 "역시 이 맛"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생각보다 회가 많이 무르다. 냉장 수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냥 회로 드시기에는 한국인 입맛에 안 맞는다. 브란지노 같은 경우는 통구이, 아니면 식감이 필요 없는 소스를 곁들인 세비체나 카르파초, 초밥으로 먹으면 된다.“
그는 "카르파초를 만들었는데 맛이 조금 밍밍하다면 대부분 올리브유와 레몬즙의 비율이 안 맞거나 소금 간이 안 맞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조언했다.
스테이크에 대해선 "레스토랑에서 먹던 딱 그 맛이다. 금태 구이랑 좀 비슷한 느낌이 든다"며 "껍질이 정말 바삭하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뼈를 오븐에 구워 육수를 만들었다. "기름 나오는 거 좀 보라. 와, 기름 끓는 거 보라. 기름으로 홍수가 났다. 대박이다." 이 육수로 소면을 만들어 브란지노 농어 국수를 완성했다.
국수를 맛본 김지민은 "진짜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고 깔끔하다. 구워서 육수를 내니까 황탯국 맛도 좀 난다"며 "진짜 깔끔하다. 도미가 있으면 도미로 해도 되고 농어로 해도 되고 상관없다. 생선 머리를 보통 매운탕 아니면 딱히 활용을 안 하는데, 구워서 한번 육수를 쫙 냈을 때랑 그냥 냈을 때랑 풍미가 확 달라진다. 구운 향이 국물에 스며들면서 훈연 향도 좀 나는 것 같으면서 맛이 깊어진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