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부발전의 구조적 살인...“김용균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2025-10-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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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에도 죽었고, 지금도 죽는다...또다시 목숨을 앗아간 한국서부발전
- “김용균의 죽음 위에 김충현이 쓰러졌다… 서부발전, 변한 게 없다”
- “안전불감증 아닌 안전무시 기업… 서부발전은 공기업 자격 있는가”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사람이 죽어야만 돌아보는가.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위키트리 10월 24일~27일 사회면 보도)
2018년 12월, 24세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숨졌다. 어두운 컨베이어벨트 옆, 비상정지장치도 없는 작업환경은 그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 죽음은 사회를 분노하게 했고, 대통령은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발전소엔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새겨졌고,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는 고 김용균씨 추모조형물이 세워지고, 정치권과 공공기관은 대대적인 재발방지를 다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무엇인가?
같은 회사, 같은 발전소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김충현 씨였다. 김씨는 지난 6월 2일 오후 2시 30분께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길이 약 40㎝, 지름 7∼8㎝ 쇠막대를 'CVP 벤트 밸브 핸들'로 절삭 가공하다 공작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공교롭게도 김용균 씨의 사망과 불과 300미터 거리에서 발생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300미터의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사망 사고 이후 드러난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기본적인 안전점검도, 고정장치도 없이 작업이 진행됐고, 작업 중단이나 위험 경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스템은 존재했으나 작동하지 않았고, 보고 체계는 형식적이었다. 김충현 씨는 그저 ‘또 하나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의 죽음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비정규직’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이기에 보호받아야 한다고 사회는 외쳤다. 하지만 김충현 씨의 사례는, 그들의 안전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무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관리라는 말은 아직도 보여주기식 문서와 형식에 갇혀 있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했고, 기업들은 안전예산을 확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모든 조치는 ‘책임회피’를 위한 장치에 불과한 건 아니었나. 사고가 나도 처벌받지 않고, 기관장은 버젓이 자리를 지키며, 유족은 또다시 거리로 나서야만 하는 구조. 이것이 과연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인가.
김충현 씨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조직적인 무관심이 빚은 타살에 가깝다.
한 번의 죽음으로 바뀌지 않았고, 두 번의 죽음 이후에도 책임지는 이는 없다면, 그 다음은 누가 될 것인가. 한국서부발전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추모와 유감의 말로 책임을 피하지 말라. 실질적인 책임자 문책, 안전관리 구조의 전면 개혁, 위험의 실질적 제거 없이는 어떤 사과도 공허하다.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한국서부발전은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안전보건과 노동조건은 오히려 퇴보했다"며 "2차 하청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전관리 체계 밖에 있었고, 그 배제가 결국 또 한 번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비난했다.
우리는 다시는 “또 한 명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