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이 병…질병청까지 나섰다

2025-10-2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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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뇌졸중의 위험한 그림자
생명을 가르는 골든타임, 알면 막을 수 있다

국내에서 매년 11만 명이 뇌졸중을 겪고 있다. 발생 초기 치료를 얼마나 신속히 받느냐에 따라 생명은 물론 후유장애의 정도가 달라지지만,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여전히 뇌졸중의 조기증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을 맞아 “뇌졸중은 빠른 인식과 즉각적인 대처가 생명을 지키는 관건”이라며 조기증상 숙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뇌졸중은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는 중증 질환으로,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면서(뇌출혈) 뇌세포가 손상되는 병이다. 혈류 차단이 몇 분만 지속돼도 뇌 조직이 괴사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으면 생존하더라도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중대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질병청이 발표한 뇌혈관질환 발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뇌졸중 발생 건수는 11만574건으로 집계됐다. 남성 6만1988건, 여성 4만8586건으로 남성이 약 1.2배 많았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215.7건이며, 남성은 242.7건, 여성은 188.9건으로 조사됐다.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률도 증가했는데, 80세 이상에서는 10만 명당 1515.7건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30대에서도 적잖은 사례가 보고돼, 젊다고 안심할 수 없는 질환임이 확인됐다.

뇌졸중은 생존하더라도 회복이 쉽지 않다. 발생 후 30일 이내 사망률(30일 치명률)은 7.9%로, 남성 6.9%, 여성 9.1%였다. 65세 이상에서는 11.5%가 한 달 안에 숨졌다.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률(1년 치명률)은 전체 20.1%로, 남성 18.5%, 여성 22.1%에 달했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32.1%가 1년 안에 사망해, 뇌졸중이 노년층 생존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

뇌졸중의 위험요인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등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혈관을 손상시키거나 혈전 생성을 촉진해 발병 확률을 높인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뇌졸중 위험이 정상 혈압군보다 약 4배 이상 높으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2배 가까이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평소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꾸준히 관리하고,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JOURNEY STUDIO7-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JOURNEY STUDIO7-shutterstock.com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증상 인지다. 뇌졸중은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며, 초기 몇 시간 내 치료 여부가 예후를 좌우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마비가 오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언어장애,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는 시각장애, 이유 없는 극심한 두통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스스로 증상이 가라앉길 기다리거나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2024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뇌졸중 조기증상을 정확히 인지하는 성인은 59.2%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증상을 모르거나 혼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과 농어촌 지역 거주자의 인지율이 낮았다. 질병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FAST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얼굴(Face)·팔(Arm)·말(Speech)·시간(Time)’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거나, 팔을 들었을 때 한쪽 팔이 떨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즉시 시간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하라는 의미다.

뇌졸중은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춰 뇌졸중 위험을 줄인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통곡물, 생선을 자주 먹는 식습관 또한 도움이 된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에는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외출 전후로 체온 유지에 유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뇌졸중은 갑작스럽게 찾아오지만, 조기증상을 알고 신속히 대응한다면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며 “국민 모두가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9대 수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뇌졸중은 한순간의 방심으로 평생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생활습관 개선과 조기 인지, 신속한 대처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얼굴·팔·말’을 확인하는 습관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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