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한국만 먹는다더니…요즘 일본서 떠오르는 ‘대반전 채소’ 정체
2025-11-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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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재료가 일본 식탁을 사로잡다
깻잎의 반란: 한류가 만든 식문화 혁명
한류 열풍이 식문화로 확산하면서, 한국의 신선 농산물들이 일본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랫동안 ‘한국인만 먹는 식재료’로 여겨졌던 깻잎이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 도쿄의 한 한국 식재료 전문점 ‘한국광장’에는 주말마다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매장 안에는 익숙한 K-팝 음악이 흘러나오고, 진열대에는 각종 한국산 식재료가 빼곡히 들어섰다.
요코하마에서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40대 일본인 마츠모토 씨는 카트에 당면, 떡볶이, 고춧가루, 젓갈, 라면 등을 담으며 “매운 음식을 좋아해 한국 음식을 자주 해 먹는다”며 “도쿄에 올 때마다 이곳에서 신선한 재료를 사간다”고 매체에 말했다.
특히 매장 안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은 김치와 신선식품 코너다. ‘종가 김치’를 비롯해 마트 자체 제조 김치가 진열돼 있고, 한쪽에는 깻잎·미나리 등 한국산 채소가 자리했다. 김장철을 앞두고는 한국산 무 판매도 시작됐다.
이 중에서도 일본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다름 아닌 깻잎이다. 쌈 채소나 김치, 나물로 활용되는 깻잎은 한국 식탁의 상징적 존재지만, 사실상 한국 외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는 재료다. 들깨는 아시아 전역에 분포하지만, 생잎을 식용으로 활용하는 문화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에는 ‘시소(차조기)’라는 유사한 허브가 있지만, 잎의 크기나 향이 전혀 다르다.

강한 향과 매운 양념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에게 깻잎은 한때 ‘도전적인 식재료’로 여겨졌지만, 최근 한식 인기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한편 미나리도 일본 시장에서 ‘뜻밖의 반전’을 보여줬다. 최근 도쿄 중심가에서는 ‘미나리 삼겹살’이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며, 현지 언론이 이를 ‘K-푸드 신풍경’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나리 가격이 일시적으로 치솟는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광장’의 백계훈 과장은 “과자나 라면은 예전부터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깻잎·미나리처럼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신선 농산물을 찾는 일본인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내 한국 농산물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건강식품인 홍삼 역시 기존 라면·김을 잇는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부상 중이다. 지난해 일본으로의 인삼류 수출액은 3406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과제도 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국내 농산물 수급 불안은 수출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산량이 줄면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는 구조 때문이다. 윤상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일본 도쿄지사장은 “국내 수급이 불안한데 수출까지 늘리면 국내 가격이 급등해 수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후 영향이 적은 스마트팜 확산과 품종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 한식 확산이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식문화의 다양성을 이끄는 장기적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때 “한국인만 먹는 채소”로 여겨졌던 깻잎이, 이제는 일본 식탁 위 ‘대반전 채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