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한 트럼프, 이 대통령에게 “어려우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

2025-10-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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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굿즈로 마음 사로잡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국립경주박물관 한 켠에 전시된 트럼프 굿즈를 보면서 대화하고 있다. / 백악관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국립경주박물관 한 켠에 전시된 트럼프 굿즈를 보면서 대화하고 있다. / 백악관 X

미국 대통령이 머그샷을 찍은 초유의 사건이 정치적 상징으로 전환된 순간이었다. 2023년 8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교도소에 출두해 머그샷을 찍은 것은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회담 다음 날 백악관은 공식 X 계정에 ‘항복은 절대 없다(Never Surrender)’라는 문구와 함께 두 정상이 '트럼프 굿즈(Trump Goods)'를 보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대 형성을 위해 회담 장소인 국립경주박물관 한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저서 및 한국어 번역본, 텀블러, 머그컵, 테디 베어, 버지니아주 '트럼프 와이너리' 와인 등 트럼프 일가 관련 다양한 굿즈가 전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여사의 저서 번역본을 특히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선택한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검은색 티셔츠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 대통령은 빨간색 마가(MAGA) 모자를 가리키며 웃고 있었다.

마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영어 앞글자를 딴 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사용한 핵심 구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으로 처음 사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11월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직후 이 문구를 고안해 정치적 목적으로 상표권을 신청했다. 마가 운동은 미국이 한때 위대했지만 외국의 영향으로 쇠퇴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미국 우선' 정책, 경제 보호주의, 이민 축소, 전통적 미국 가치 회복을 주장한다.

티셔츠 속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형사 기소돼 2023년 8월 24일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에 출석했을 때 찍은 머그샷이다. 퇴임 후 끝없는 사법 리스크에 시달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저점을 찍었던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 전직 대통령이 머그샷을 촬영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 그 자체로 큰 화제가 됐다.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석금 20만 달러를 지불하고 석방된 후 머그샷을 공개했다.

청색 정장에 흰색 셔츠,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트럼프 대통령이 회색 배경 앞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찍혔으며, 얼굴은 측면과 위쪽에서 조명을 받았다. 화가 난 듯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보는 그의 표정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사진이 됐다. 지난 1월 취임 3일 전 공개된 공식 초상화도 이 머그샷에서 영감을 받은 표정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머그샷.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머그샷.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과 X에 올리며 "머그샷 - 2023년 8월 24일, 선거 개입, 항복은 절대 없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아이코닉한 머그샷을 활용해 티셔츠, 텀블러 등 각종 굿즈를 판매하며 대선 선거 자금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그샷 에디션'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를 NFT로 출시했으며, 10만 개를 개당 99달러에 판매했다. 47개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2042개 한정판 중 하나와 머그샷 촬영 때 입었던 정장 조각, 마라라고 리조트 만찬 초대가 제공됐다.

마가 지지자들은 기소를 "정의의 조잡한 모방" "선거 개입"이라고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열광하며 유세장에서 '항복은 절대 없다'는 구호를 따라 외쳤다.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카운티 유세에서 총격을 당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 캠페인을 재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것도 나를 누를 수 없다"며 "나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기세를 타고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선거에서 경합주 7곳을 모두 휩쓸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대통령실 전속 카메라가 촬영한 회담 영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굿즈가 전시된 공간 앞에서 상당 시간 머물며 이 대통령과 대화했고,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으로 두 정상이 훨씬 더 가까워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며 다시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도 표명했다고 전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굿즈 전시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한 외교·안보 라인의 전략이 일정 부분 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워싱턴 DC의 한 소식통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 관계를 얘기할 때마다 회자될 만한 아주 강력(powerful)하고 상징적인 사진"이라고 했다. 일본 역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고(故) 아베 신조 총리가 사용한 퍼터, 금박 기술로 제작한 황금색 골프공 등 트럼프 대통령과 사연이 있는 다양한 굿즈를 들이밀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항상 일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었다"며 "궁금하거나 도와줄 일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화답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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