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mm의 공포…가을철만 되는 급증하는 ‘이것’ 주의

2025-10-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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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9개 지점서 털진드기 급증 확인

가을이 깊어지면 단풍만 붉게 물드는 게 아니다.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털진드기’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이 시기, 작은 진드기 한 마리가 큰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잔디밭을 걷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시민들이 잔디밭을 걷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질병관리청은 쯔쯔가무시증을 매개하는 털진드기의 발생 지수가 전주(0.02) 대비 12배 증가한 0.24를 기록했다며 가을철 야외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30일 밝혔다.

털진드기 감시는 8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 19개 지점에서 매주 진행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기온이 15.9도로 떨어지며 털진드기 발생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쯔쯔가무시증은 10월에서 11월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최근 3년간 전체 환자의 약 73%가 이 시기에 보고됐다.

털진드기 지수와 쯔쯔가무시증 환자수(2023~2024년) / 질병관리청 제공
털진드기 지수와 쯔쯔가무시증 환자수(2023~2024년) / 질병관리청 제공

◈ 감염의 시작은 ‘0.3mm’…쯔쯔가무시증 주의보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을 물면서 감염되는 질환으로, 발열과 근육통, 발진이 대표 증상이다. 물린 부위에는 검은 딱지(가피)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며, 감염 후 10일 이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털진드기 유충의 크기는 0.3mm 이하로 눈에 거의 보이지 않아, 노출 시 자신이 물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쯔쯔가무시증의 주요 매개종인 활순털진드기의 분포지역 확대. 남부지역에 주로 분포하던 활순털진드기가 점차 북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질병관리청 제공
쯔쯔가무시증의 주요 매개종인 활순털진드기의 분포지역 확대. 남부지역에 주로 분포하던 활순털진드기가 점차 북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질병관리청 제공

이 질환이 가을철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털진드기의 생태 주기 때문이다. 여름에 산란된 알이 초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부화해 동물이나 사람의 체액을 섭취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유충이 활동하는 9~11월이 바로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다.

모든 진드기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약 4~5만 종의 진드기가 확인됐지만, 쯔쯔가무시증을 옮길 수 있는 것은 털진드기과에 속한 일부 종에 한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60종의 털진드기과가 확인됐으며, 이 중 활순털진드기와 대잎털진드기가 대표적인 매개종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수염털진드기, 동양털진드기, 반도털진드기, 사륙털진드기, 조선방망이털진드기, 들꿩털진드기 등 총 8종이 보고됐다.

털진드기 유충 실체현미경 사진(왼쪽), 활순털진드기 형광현미경 사진 (오른쪽) / 질병관리청 제공
털진드기 유충 실체현미경 사진(왼쪽), 활순털진드기 형광현미경 사진 (오른쪽) / 질병관리청 제공

털진드기는 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질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10~15도에서 가장 활발해진다. 질병청은 이번 조사에서 평균기온이 이 범위로 진입하면서 털진드기 지수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가을 단풍철과 추수기를 맞아 털진드기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긴 옷을 입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쯔쯔가무시증은 항생제로 완치가 가능한 만큼, 야외활동 후 가피가 보이거나 발열·발진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풀밭 오래 앉지 말고 귀가 후엔 즉시 샤워

질병청은 야외활동 시 발목 이상의 풀밭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풀 위에 직접 앉거나 눕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가 후에는 즉시 옷을 털어 세탁하고 샤워를 하며, 몸 곳곳에 진드기가 붙어 있거나 물린 자국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털진드기 유충은 크기가 0.3mm 이하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작은 상처라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농작업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이 잦은 사람이라면 긴팔·긴바지, 모자, 장갑, 장화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풀숲에서는 옷을 벗어두지 말고 휴식 시 돗자리를 깔아야 하며, 진드기 기피제를 신발·바지 등에 주기적으로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튜브, 채널A News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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