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 커피 바, 근무자 허리라인 보이게 설계했다더라"

2025-10-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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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직원 폭로.. 진위 확인 안 돼
인천점 직원들 입단속 지시하기도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 뉴스1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 뉴스1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의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전직 직원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폭로하고 나섰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인터뷰 거절과 SNS 게시 자제를 지시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9일 런베뮤 인천점과 운영사 주식회사 엘비엠에 대한 기획근로감독에 착수했다.

런베뮤 인천점 주임으로 일하던 정모(26) 씨는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정씨가 신규 지점 개업 준비 등으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주 80시간 이상 일하며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사망 5일 전에는 21시간이 근무하고 사망 전날에는 아침 9시 출근해 자정 직전 퇴근했다는 말도 나온다.

29일 소셜미디어에는 런베뮤에서 근무했다는 전직 직원의 폭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B씨는 "논란이 언제 터지나 했다"며 "(회삭)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나눠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말서 5장 이상을 쓸 경우 어느 지점에서 일하고 있든 안국 본사에 가서 교육을 들어야 했다.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작성하다가 책잡힐 일이 생기면 계약종료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무 11개월일 때 아파서 본인의 업무를 못했다고 계약종료 당한 사람도 있었다"며 "직급자였는데 강등을 시키겠다고 하다 '기회 줬는데 네가 찼으니 계약종료'라고 통보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사소한 실수에도 시말서를 작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 첫날 교육 1시간 받고 베이글을 결제해야 했는데, 포스기에 베이글 이름이 전부 영어로 도배돼 있어 실수하자 시말서를 작성하게 했다"며 "고객이 쇼핑백을 요청했는데 포스기에 안 찍어서 시말서를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 뉴스1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 뉴스1

B씨는 직원들이 폐쇄회로TV(CCTV)로 감시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직원이 실수하면 CCTV로 확인 후 어떤 직원인지 알아내서 시말서를 쓰게 했다"며 "돌아가신 노동자도 아마 CCTV로 찍혔을 것이다. 화질이 좋아 얼굴이 모두 식별될 정도였다"고 했다.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함부로 대했다는 말도 나왔다. B씨는 "본부장이 직원들을 ‘저기 반바지’, ‘저기 노랑머리’, ‘야’, ‘너’ 이런 식으로 불렀다"며 "근무자가 자기 못 알아보고 막았다고 료(본명 이효정) 이사가 매장 앞에서 소리 지른 일화도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료 이사의 브랜드 교육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는데 별 X소리 다 들었다"며 "'커피 내리는 바에서 컵을 꼭 손 안 닿는 선반에 두는데, 근무자들 허리라인이 보이도록 설계한 것이라더라"라고 주장했다. 다만 B씨 주장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날자 런베뮤 인천점 아침조회 전체공지가 공개되며 런베뮤가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회사 측은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홀 주방 통합해서 조회하겠다”며 “모두 기사를 통해 아시겠지만 매장에서 큰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인이 방문하더라도 당황스럽지 않게 대처할 수 있도록 본사에서 지침을 전달드린다”고 했다.

공지문에 따르면 직원들은 외부인이 질문할 경우 “현재 본사에서 확인 중이라 전달드리기 어렵다. 언론 문의는 본사로 연결하겠다”고 안내하도록 지시받았다. 회사는 모든 언론 응대는 본사 직원이 전담하며, 현장 직원은 질문 내용을 즉시 본사로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인터뷰 요청이 있을 때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전달드리기 어렵다”며 “성함과 연락처, 요청 내용을 알려주면 본사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안내하도록 했다. 회사는 모든 인터뷰·촬영·녹취를 거절하도록 명시했다.

매장 내 촬영이나 손님 접근이 있을 경우에도 “손님 보호와 영업에 지장이 있어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대신 요청자의 성함과 연락처를 받아 본사로 전달하라고 안내했다.

회사 측은 “모든 응대는 위 멘트로 통일해 진행해 달라”며 “상황 발생 시 바로 직장 내 보고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내부 직원의 개인 SNS 활동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절대 게시하지 말라”며 “몸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매니저에게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일일수록 내부가 단단해야 한다. 평소처럼 우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런베뮤 임원이 산재를 신청하려는 유족에게 "양심껏, 모범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런베뮤 불매 운동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런베뮤는 전날 공식 인스타그램에 강관구 엘비엠(런베뮤 운영사)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회사는 "사건 초기에 이뤄진 현장 운영 담당 임원의 대응을 회사에서 상세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담당 임원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유족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관계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회사 측은 "주 80시간 근무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고인은 입사 이후 13개월 동안 7회(9시간) 연장근로를 신청했고, 당사가 파악한 고인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4.1시간으로 확인됐다. 근로계약서와 스케줄표, 급여명세서 등을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런베뮤는 직원 출입을 관리하는 지문인식기 오류를 이유로 고인의 근무기록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상 고용노동부는 사망 직전 일주일간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이전 12주간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과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고용노동부는 정씨가 일하던 런베뮤 인천점과 운영사인 주식회사 엘비엠 본사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당국은 실제 근로시간과 주 52시간제 위반 여부, 근로계약의 적정성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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