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억원 추정... 시진핑 주석이 한국서 이용하는 자동차의 정체

2025-10-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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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기능+화생방 대응 시스템 등 최고 수준 보안 장비 탑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차량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차량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에서 직접 공수한 의전 차량 훙치 N701을 타고 경주 일대를 이동하고 있다. 30일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은 다음달 1일까지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자국산 최고급 리무진을 이용고 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이후 처음인 이번 방한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32차 정상회의 참석이 주 목적이다.

시 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은 중국 디이자동차(FAW)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훙치가 생산하는 대형 의전 차량이다. 이 차량은 10년간 단 50대만 생산되는 중국 정부 공식 차량이다. 시 주석을 비롯한 최고위 관료들만 이용할 수 있다. 시 주석은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 참석 때부터 해외 방문 시마다 이 차량을 직접 공수해 사용해 왔다. 베트남, 홍콩 등 해외 순방 때도 예외 없이 훙치 N701을 동행시켰다.

이번 경주 APEC에서도 시 주석의 훙치 N701은 지난 27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인근에서 위장막을 쓴 채 리허설을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주요 진입로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일반 차량의 진입을 막는 등 실전 수준의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훙치 차량은 시 주석의 이동 동선을 점검하기 위한 의전차량 리허설에 참여하며 경주 일대를 누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훙치 N701은 전장이 5m가 넘는 대형 리무진이다. 2열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문이 B필러 뒤쪽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는 수직형 슬랫이 적용된 크롬 그릴 등 럭셔리 세단 H9와 유사한 디자인을 가졌다. 헤드램프 크기는 H9보다 약간 더 크게 제작됐다. 전면부에는 훙치의 시그니처인 붉은 깃발 모형이 후드를 가로지르며, 양측 펜더에도 깃발 홀더 두 개가 자리한다. 후면부는 크롬 트림의 테일게이트 및 직사각형 형태의 테일램프 등 절제되고 단순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정부 공식 차량이라는 특성상 훙치 N701의 기술 사양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존 훙치 라인업의 터보차저 V8 또는 V12 엔진을 장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탄 기능과 화생방 대응 시스템 등 최고 수준의 보안 장비가 탑재돼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통령 전용차인 캐딜락 비스트를 해외 순방 때마다 공수하는 것처럼, 중국도 자국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최고 지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 차량을 동행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훙치 N701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추정 가격대가 최소 10억원은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 화생방 대응, 특수 통신 시스템 등 고도의 보안 장비가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 비스트는 약 20억원에 이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차량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차량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 시 주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후 2016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한국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방한을 미뤄왔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시 주석에게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년여 만에 다시 만나 정상회담을 가진 점이 주목받는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 김해국제공항 의전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기념사진 촬영과 공개 모두발언에 이어 약 100분간의 비공개 회담이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촬영이 끝나고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 한 기자가 양국이 무역 합의문을 낼지 묻자 "좋은 짐작을 하고 있다. 우리는 늘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회담장에 마주 앉은 양 정상은 덕담으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오랜 시간 친구였던 사람과 함께 있게 돼 큰 영광"이라며 "우리는 이미 많은 일에 대해 합의했고,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많은 것에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도록 함께 이끌어 왔다"며 "다양한 어려움과 도전 속에서도 미중은 올바른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정치적 슬로건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비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함께 번영하고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양국 정상은 본격적인 회담 전부터 많은 사안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해 구체적인 합의안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다음달 1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해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시대가 아니다"며 미국과의 연대 노선을 분명히 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이 대통령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필요성을 언급하며 "디젤 잠수함은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발언한 것도 한중 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은 31일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중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첫 해외 일정으로 경주행을 택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으로 사드 배치 이후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N701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는 31일 개막해 11월 1일까지 진행된다.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 21개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나란히 국빈으로 맞는 것은 대한민국 외교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정부는 두 정상을 맞이하는 장소를 같은 곳으로 통일해 격의 차이가 나 보이지 않도록 했다.

시 주석은 경주 코오롱 호텔에 머물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튼 경주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들은 대체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모터케이드(의전 차량 행렬)로 경주까지 이동했다.

경주에서는 정상회의 기간 주요 도로에 대한 차량 통행제한 조치가 시행된다. 경주TG에서 보문단지로 이어지는 서라벌대로·산업로·경감로·보문로 등 주요 도로 구간은 정상 의전 차량을 제외하고 일반 차량의 통행이 전면 제한됐다. 정부는 회의 기간 경주를 비롯한 영남 전역의 테러경보 단계를 경계로 격상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AI·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공급망 재편 등 미래 산업의 방향이 논의된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균형자이자 조정자로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정상회의와 함께 CEO 서밋도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31일까지 개최된다. 엔비디아, 씨티그룹, 아마존웹서비스 등 글로벌 기업의 CEO 약 1700명이 참석해 AI, 기후변화 등 핵심 이슈를 논의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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