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될 때까지"… 런베뮤 창업자 산문집, ‘산재 코너’에 박제됐다
2025-10-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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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들, '런베뮤' 노동자 추모연대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 A 씨의 과로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독립서점들이 창업자가 낸 산문집을 산업재해 코너에 진열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방 토닥토닥'의 운영자 B 씨는 지난 29일 책방 공식 인스타그램에 '런베뮤' 창업자 료(본명 이효정) 씨가 쓴 산문집 '료의 생각없는 생각' 표지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책 표지에는 "고인의 이름은 정효원. 언젠가 자기 매장을 열겠다는 꿈을 짓밟은 런베뮤는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산재신청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 부도덕한 것이다. 료! 생각 없이 회사 운영하지 말라"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B 씨는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한 청년 노동자의 꿈이 꺾였다.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했던 것은 자신의 꿈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마 자신의 일과 회사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라며 "그 책임감들이 모여 회사는 성장한다고 믿는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태도에 분노하면서 이 시대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을 다루는 회사의 태도들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B 씨는 료 씨의 책 구절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정한 속도보다는, 나의 시간을 들여 찬찬히 방향의 일관성과 누적을 추구하는 편이다. 맞지 않는 방향에 세상의 속도까지 내면 큰일이니까', '나로 태어나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을, 타인을 해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미안해하지 않기를' 이라는 책 속 문구를 옮겨 적었다.
그러면서 "한 청년 노동자는 료씨가 만든 회사가 정한 속도에 자신을 맞췄다. 부디 그 속도에 대해 료 씨가 책임 있는 발언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제주의 독립서점 '책방 소리소문'도 공식 인스타그램에 료 씨의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산재·중대재해처벌법 코너에 배치한 사진을 올리며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산재를 인정하고 상식적인 대처를 할 때까지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산재’ 코너에 박제해 놓겠다.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한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누리꾼들은 "응원합니다", "더 이상 젊은이들의 이런 비극을 보고 싶지 않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줬으면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런베뮤'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지난 7월 16일 오전 8시 20분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면서 과로사 의혹이 불거졌다.
유족에 따르면 A 씨가 신규 지점 개업 준비 등으로 주 80시간 이상 일하며 극심한 업무 부담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회사 측이 과로사 의혹을 부인하며 근로 시간 입증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런베뮤 측은 '주 80시간 근무' 등 유족의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었으나, 직원 입단속 정황 등이 드러나자 결국 사과했다.

강관구 대표는 지난 28일 회사 측 SNS를 통해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당사의 부족한 대응으로 인해 유족이 받았을 상처와 실망에 깊이 반성하며, 진심을 담아 사과드린다"라면서도 "과로사 여부는 회사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답할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사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열린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29일부터 인천점과 본사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했고,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전국 지점으로 확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