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위해 58억 썼지만 결국 헛돈?…어민만 힘든 ‘플라스틱 어상자’ 사업

2025-10-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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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10년간 737만 개 보급에도 보급률 저조
어민 부담만 키운 정책에 ‘현장 외면한 탁상행정’ 비판
농식품부와 대조적…“실효성 있는 시스템 개선 시급”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척도 어렵고 가격도 비싼데 누가 쓰겠나.” 전국 위판장에서 여전히 나무상자와 스티로폼이 주류인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10년간 추진한 ‘플라스틱 어상자’ 정책이 성과 없이 어민의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위생 문제 개선을 목적으로 플라스틱 어상자 임차비를 지원해 왔다. 10년간 국비 58억 원을 투입해 737만 개를 보급했지만, 전국 210여 개 위판장 중 플라스틱 어상자를 사용하는 곳은 4.2%에 불과하다. 전체 어상자 중 플라스틱 제품은 23.9%에 그치고 있으며, 여전히 나무와 스티로폼 상자가 위생과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제는 해수부가 실효성 검토 없이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부터는 임차 방식이 아닌 구매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어민 자부담은 오히려 기존보다 3.6배 늘어났다. 플라스틱 어상자 한 개당 정부는 400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2,200원은 어민이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세척 및 회수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개당 약 3,000원에 달한다.

현장 어민들은 “임차도 부담돼 못 썼는데, 이제는 사서 쓰라는 거냐”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달리, 농림축산식품부는 같은 시기 1,315억 원을 투입해 6억 5천만 개를 보급하며 습관화와 규격화에 성공했다. 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수부의 정책은 보급 실적만 있을 뿐 현장의 변화는 없었다”며 “농식품부처럼 실질적인 물량 지원과 위판장 현대화사업을 연계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위생관리 시스템 구축 없이 자부담만 늘리는 것은 ‘헛다리 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플라스틱 어상자 보급은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니라 수산물 위생과 품질, 소비자 안전까지 직결된 사안이다. 더 이상 ‘책상 위 계획’이 아닌 현장을 중심으로 한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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