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질' 뿌린 귤을 학교 선생님에게 드린 여고생, 소량만 먹어도 치명적
2025-10-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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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장난, 교실에 숨은 치명적 살충제
교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학생의 무지한 행동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이 교사에게 ‘에프킬라(모기퇴치제)’를 뿌린 귤을 건넨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육청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 어려운 이번 사건은 교권 침해 논란을 넘어,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가 음식에 닿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건강 위험까지 다시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구의 한 여고에서 정규수업을 마친 여학생이 특정 교과목 교사에게 귤을 건넸다. 평소와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그 귤에 ‘에프킬라’를 뿌렸다는 점이었다. 교사는 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귤을 먹었고, 이후 다른 학생을 통해 살충제가 뿌려졌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놀란 교사는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교권 침해에 따른 공식휴가(공가)를 신청해 약 열흘간 학교에 출근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학생에게 명확한 가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교사와 학생 모두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노조 측은 “생명과 신체를 직접 위협한 중대한 교권 침해 사건임에도 교육청이 ‘뚜렷한 가해 목적성이 없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현장의 교사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구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은 교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경종”이라며 “교사가 불안 속에서 수업하는 환경에서 학생의 배움과 성장도 건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청에 대해 “가해 의도 여부를 중심으로 한 단순한 판단에서 벗어나, 교사에 대한 신체적 위해 행위를 형사 고발과 직권 조사로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에프킬라’는 피레스로이드계 화학물질이 주성분인 살충제다. 모기나 파리, 바퀴벌레 등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퇴치하는 효과가 있지만, 인체에 직접 노출될 경우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에프킬라 제품에는 ‘음식물에 닿거나 흡입·섭취 시 유해함’이라는 경고 문구가 명시돼 있으며, 실제로 섭취할 경우 구토, 어지럼증, 복통,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피부나 점막을 통해 흡수되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교란시켜 손발 떨림, 근육 경련, 감각 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알레르기 체질자에게는 극소량만으로도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일부 실험 연구에서는 반복적인 노출이 간과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거나, 중추신경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만약 살충제가 뿌려진 과일이나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는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물로 입안을 헹군 뒤,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의료진은 위세척이나 활성탄 투여를 통해 체내 독성물질 흡수를 최소화하는 응급 처치를 시행한다. 또한 살충제에 노출된 식기는 반드시 폐기하거나 세제를 이용해 여러 번 세척해야 하며, 남은 음식 역시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생의 일탈이나 장난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교사 개인에게 가해진 신체적·정신적 피해뿐 아니라, 인체 위해 물질을 교실로 들여와 사용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문가들은 “살충제는 그 목적이 해충 구제에 있는 만큼,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독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음식물과의 접촉은 극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대구시교육청은 현재 학교와 학생, 교사 간의 진술을 확보하고 사건 경위를 추가 조사 중이다. 교사노조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 안전보호 매뉴얼 강화, 교권 침해 사건의 형사 고발 의무화,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교권 보호’ 문제를 넘어, 일상 속에서 무심코 사용되는 생활 화학제품이 얼마나 쉽게 위해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교육 현장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살충제 사용 시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