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흔한데 한국에선 사라질 위기…국내 단 20개체 남은 '멸종위기 식물'
2025-10-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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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선 전남 일부 섬에만 남은 희귀종
                    
                                    
                해외에선 흔하지만 한국에선 단 20개체만 남아있는 멸종위기 식물이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전남 신안군 암태도 일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물석송’ 자생지의 보전·관리에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시민과학자와 함께 실시한 정밀조사 결과 지난 2021년 첫 확인 이후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정밀조사는 지난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시민이 참여한 공동조사로 진행됐다. 조사팀은 생육지의 식생 구조, 환경 조건, 개체수, 주변 위협 요인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 장기 모니터링과 자생지 관리의 기초자료를 확보했다.
조사 결과, 2021년 첫 발견 당시 20개체였던 물석송은 현재까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생육지가 협소하고 탐방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외부 교란에 취약한 상태로 평가됐다.
◈ ‘양치식물의 생존자’ 물석송
물석송은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로 햇볕이 잘 드는 습지나 물가 주변에 자라는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종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널리 분포하지만 국내에서는 전남 일부 섬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식물로 알려졌다. 서식지가 한정적이고 환경 변화에 민감해 보전 가치가 높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물석송은 자생지가 제한적이고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서식지 파괴와 인간 활동이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탐방객이 습지에 들어가 밟는 행위(답압)는 토양 구조를 바꾸고 수분 순환을 저해해 개체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석송은 1936년 제주도에서 표본으로만 채집된 뒤 국내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아 한때 절멸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201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전남 완도 해안에서 81년 만에 500여 개체를 발견하면서 복귀 사실이 알려졌다.
2021년에는 신안군에서 다시 20개체가 발견돼 생존이 확인됐지만 개체수가 여전히 적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세계 곳곳에 퍼진 식물, 한국은 최북단 서식지
물석송은 습기가 많은 습지 주변의 얕은 흙층에서 군락을 이루며 생육한다. 큰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에서만 자생할 수 있어 서식지 조건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기온 상승이나 강수 패턴 변화 같은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해외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국립공원청은 물석송을 자국의 습지 전역에서 발견되는 양치식물로 소개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는 자국 해안과 고산 지역에서도 서식한다고 기록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물석송의 분포 한계선에 해당하는 최북단 서식지로 보전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한세희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식물자원연구부 전임연구원은 “물석송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이지만 지역 주민과 시민이 함께 관심을 갖고 보전활동을 이어간다면 안정적인 자생지 유지가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시민참여형 보전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