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보기 힘든데…한국 호수에 6마리 한꺼번에 나타난 '85cm' 멸종위기 동물

2025-11-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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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경기 왕송호수 일대에서 포착

경기도 의왕시 왕송호수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무리 지어 날아와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황색 다리가 특징인 큰기러기 자료 사진 / 뉴스1
주황색 다리가 특징인 큰기러기 자료 사진 / 뉴스1

경기 의왕도시공사 조류 생태과학관은 왕송호수 일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분류되는 큰기러기(Anser fabalis) 다수 개체를 관측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이날 의왕도시공사가 공개한 사진에는 호수 위에 무리지어 떠있는 큰기러기 6마리의 모습이 담겼다.

큰기러기는 몸길이가 85cm에 달하는 대형 철새로, 러시아 동북부에서 시베리아 동북부에 이르는 툰드라와 타이가 지대에서 번식 활동을 한다. 겨울이 되면 한반도와 중국 등 온대 지역으로 남하해 추운 계절을 보낸다.

이 철새의 외관상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검은 부리에 노란색 또는 주황색 무늬가 있다는 점이다. 몸통은 암갈색 깃털로 덮여 있으며, 다리는 주황색을 띤다. 꼬리 부분에는 눈송이를 연상시키는 흰색 깃털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의왕 왕송호수에서 관찰된 큰기러기 무리 / 의왕도시공사 제공
의왕 왕송호수에서 관찰된 큰기러기 무리 / 의왕도시공사 제공

큰기러기는 날렵한 몸매로 힘차게 하늘을 가르며, 대집단을 형성해 V자 대형으로 이동하는 습성을 보인다. 이러한 비행 패턴은 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장거리를 날아가기 위한 협력 전략이다.

먹이는 주로 오염되지 않은 호수나 습지, 강가에서 구한다. 풀과 식물의 열매, 뿌리를 섭취하며, 논에 떨어진 곡식 알갱이도 자주 먹는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다.

과학관 학예연구사는 "큰기러기는 겨울에 한국을 찾는 대표적 철새"라며 "월동기 '회귀성(homing)'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이 또 다시 왕송호수를 찾았다는 것은 이곳이 서식에 적합한 생태환경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멸종위기 2급 큰기러기 / 뉴스1
멸종위기 2급 큰기러기 / 뉴스1

회귀성이란 매년 동일한 번식 장소와 월동 장소를 찾아가는 철새의 특성을 의미한다. 큰기러기가 왕송호수로 재차 돌아왔다는 것은 이 지역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현재 왕송호수에는 큰기러기 외에도 원앙, 황조롱이를 포함한 40여 종의 조류 약 5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주민들의 환경 보전 노력과 함께 호수 생태계가 점차 복원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재경 의왕도시공사 교통레저처장은 “왕송호수가 희귀 철새들의 안식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서식 환경 관리와 시민 참여형 생태보호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ESG 선도기관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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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기러기는 서식지 훼손과 환경 오염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왕송호수가 이들의 안정적인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 보전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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