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산물 92%가 '이것' 불분명…한국인들 꽤 당황할 소식 전해졌다

2025-10-31 14:43

add remove print link

불투명한 식탁,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산물 이력 관리

국민이 매일 밥상에서 먹는 생선과 조개, 새우 등 대부분의 수산물 가운데 92%는 '어디서, 누가, 어떻게 잡았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20년 가까이 추진해온 '수산물 이력제'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 규범이 강화되고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이력 관리율이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 신뢰와 수산물 수출 경쟁력 모두에 심각한 경고등을 켜고 있다.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자료사진. /뉴스1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자료사진. /뉴스1

생산부터 판매까지 ‘추적 가능한’ 수산물, 고작 8%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9월 기준) 국내 수산물 총 생산량은 1749만3347톤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력 관리가 가능한 수산물은 134만3512톤으로, 이는 전체의 8%에 불과했다.

올해만 보더라도 총 생산량이 276만9774톤이었지만, 이력 관리가 된 물량은 39만3727톤으로 14% 수준에 그쳤다. 여전히 10마리 중 9마리는 생산·유통 이력이 불분명한 셈이다.

전 의원은 “국민이 먹는 수산물 대부분이 어디서 잡혔는지조차 기록이 남지 않는 현실”이라며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가 이 정도 수준의 관리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WTO·NOAA 규정 강화에도 정부 예산은 오히려 삭감

문제는 이 같은 낮은 이력관리율이 단순 행정 부실을 넘어 국제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수산보조금 협정’이 발효되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해양포유류보호법을 강화하는 등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IUU Fishing)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국 수산물의 ‘투명한 생산·유통 이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수산물 이력관리 예산은 2024년 45억4300만 원에서 2025년 41억8500만 원으로 오히려 8% 줄었다. 전 의원은 “국제사회가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점에 예산을 줄이는 것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그래프. / 위키트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그래프. / 위키트리

인력도 ‘텅텅’…이력제 담당 기관, 정원 미달 심각

이력제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수산물 방역, 수출검사, 품질인증, 친환경 인증, 이력관리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해 현장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2023년에 27명, 2024년에 16명, 올해 8월 기준으로는 34명이 결원 상태다. 오히려 인력난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축산물은 ‘100% 이력추적’, 수산물은 ‘법만 있고 고시 없음’

축산물의 경우, 소·돼지·닭·오리·계란 등은 모두 이력 추적이 의무화돼 있다. 소비자는 패키지의 고유 이력번호를 통해 ‘어디서 생산됐고, 어떤 농장에서 키웠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수산물은 수산물 유통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무화 근거만 존재할 뿐, 실제 이력관리 대상 품목은 고시조차 되지 않았다. 전 의원은 이를 두고 “법만 만들어놓고 시행은 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해서는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어획했는가’가 명확히 기록돼야 한다”며 “어선 정보, 조업장비, 출하·가공 과정까지 포함하는 데이터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력관리 의무 품목을 확대하고, 관리 범위도 가공·유통 단계까지 확장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산물 이력을 조회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산물 이력을 조회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수산물 이력제란 무엇인가?

수산물 이력제는 수산물 생산지, 생산자, 유통경로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제도로, 소비자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포장지에 부착된 QR코드나 이력번호를 통해 해당 수산물이 언제, 어디서, 누가 잡거나 양식했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판매점까지 도달했는지를 조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원산지뿐 아니라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 목적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것이다. 수산물의 원산지와 안전성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둘째, 불법 어업과 불법 유통 방지를 목표로 한다. 어획량 조작이나 불법 포획, 위장 유통 등을 차단해 지속 가능한 어업 기반을 마련한다. 셋째, 신속한 회수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식중독, 오염, 잔류물질 검출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산·유통 이력을 추적해 신속히 회수 및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05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8년 본격적으로 수산물 이력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참여율이 10%를 넘지 못하는 수준으로, 현장 참여 확대와 인식 개선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즉 수산물 이력제는 소비자에게는 투명한 정보 제공, 어업인에게는 책임 있는 생산 유도, 정부에는 위생·안전 관리 효율화라는 세 가지 효과를 지닌 제도이지만,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여전히 적극적인 참여와 관리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과연 내가 사는 생선은 안전할까?

조업을 마친 어선이 수확물을 가득 싣고 항구로 돌아오는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조업을 마친 어선이 수확물을 가득 싣고 항구로 돌아오는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현재 이력제가 적용되는 품목은 일부 고급 어종과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일반 시장이나 소규모 식당에서 판매되는 대다수 생선, 조개, 멍게, 해조류 등은 이력관리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생선을 구매할 때 이력번호나 QR코드가 없는 제품이라면, 실제 생산지나 어획 방식을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산물 포장에 부착된 QR코드 또는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관리하나?

유럽연합(EU)은 이미 2010년대 초부터 모든 어획물에 대한 전자 이력관리(Electronic Catch Documentation)를 의무화했다. 일본이나 노르웨이 같은 국가들 역시 블록체인 기반의 수산물 유통 이력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법적 근거만 존재하고, 실질적 이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일각에서는 국제 거래에서 추적 불가능한 수산물은 잠재적 위험요소로 분류돼 수출길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트의 수산물들. 자료사진. / 뉴스1
마트의 수산물들. 자료사진. / 뉴스1

해수부 “이력제 확대 추진 중”…현장 실효성은 ‘과제’

논란이 커지자 해양수산부는 “현재 이력제 참여 희망 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라벨 제작비 등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력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수산물유통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소 어업인들은 라벨 부착이나 전산 입력 과정이 번거롭고, 소규모 사업자에겐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제도 참여를 꺼리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고, 실시간으로 어획 위치와 유통 이력을 추적하는 시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해수부 측은 앞으로는 기술을 활용해 어선의 GPS 데이터와 위판장 거래 이력까지 자동 연동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면 불법 어업 방지와 소비자 신뢰 회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튜브, 대랑맘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