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추적'] 참관자들 보는 앞에서 무형유산 스님 모욕·폭행… 경찰 수사 착수

2025-11-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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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혈세 받는 무형유산 자격 박탈 논의도 불가피” – 공공 행사장에서 욕설·폭행까지
- “공공신뢰 훼손한 무형유산 보유자” – 품위 잃은 폭력, 제도 전반에 경고음
- “공인의 폭력, 사회가 외면해선 안 된다” –문화유산 제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부산의 한 공공 문화행사장에서 국민의 혈세를 받는 무형유산 보유자가 또 다른 무형유산 보유자에게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며 10월 30일(목) 부산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해 파문이 일고 있다. / 사진= 위키트리DB
부산의 한 공공 문화행사장에서 국민의 혈세를 받는 무형유산 보유자가 또 다른 무형유산 보유자에게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며 10월 30일(목) 부산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해 파문이 일고 있다. / 사진= 위키트리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의 한 공공 문화 행사장에서 국민의 혈세를 받는 무형유산 보유자가 또 다른 무형유산 보유자에게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며, 10월 30일(목) 부산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고소인 A씨(70대)는 부산시 무형유산 선화 기능 보유자로,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스님이고, 피고소인 B씨(80대)는 지난 2016년 부산시 무형유산으로 등록된 동장각장 기능 보유자로 확인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9월 19일 오후 1시 40분경, 부산 중구에 위치한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열린 ‘2025 부산무형유산아트페어’ 개막식 직전에 발생했다. 스님은 행사장 입구에서 B씨에게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으나, B씨가 갑자기 반말과 욕설을 퍼부으며 고소인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B씨는 “이런 중도 소도 아닌 땡중, 돌중 XX가 그냥 두지 않겠다”라며 “차마 필설로 옮길 수 없는 욕설"과 심각한 인격모독 행위를 자행하며 멱살을 잡고 신체 접촉 등의 폭언을 퍼붓는 한편, 스님의 가슴을 주먹으로 강타하고 얼굴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기재돼 있다. 또, 스님의 승복 장삼고름과 허리춤을 움켜잡고 흔들어, 착용 중이던 의복 일부가 손괴되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 같은 장면은 부산 지역 일간지 기자, 전직 시의원, 무형문화재 관계자 등 행사 관계자들이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대부분이 고소장에 참고인으로 명시되었다.

스님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뿐 아니라 2부 행사 시작 직전에도 B씨로부터 “이 새끼, 내가 죽이삔다(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재차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부산전통예술관 관계자가 현장을 제지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스님은 고소장에서 “한 사회의 공인이자 종교인으로서 모욕감과 공포, 수치심을 심각하게 느꼈다”며 “사건 이후 불면증, 대인 기피증, 불안 장애 등을 겪고 있으며, 신경정신과 6개월 약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산사에 홀로 거주하는 고령의 종교인으로서 피고소인의 2차 가해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신변 보호 조치를 함께 요청했다.

법률적 측면에서 스님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건영 담당변호사는 B씨의 행위가 ▲형법 제260조에 따른 폭행죄, ▲제283조에 따른 협박죄, ▲제311조에 따른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소장에는 관련 대법원 판례도 인용돼 있으며, 정 씨의 발언 및 행위가 각각의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논거가 명확히 서술돼 있다.

중부서 형사과는 다음 주 고소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고소인과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행사장 CCTV, 진단서 등 증거 자료 확보 후 피고소인을 소환해 수사할 예정이다.

스님측은 피고소인이 부산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동일한 자격을 지닌 인물인 만큼, 언제든 보복이 가능하다는 우려도 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리적 충돌로 확산된 드문 사례로, 수사 결과와 함께 향후 문화예술계 내 갈등 해소 및 인권·안전 조치 마련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님이 폭행을 당했다는 논란이 전해지면서, 대한불교조계종 쌍계총림 쌍계사측은 최근 부산시에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에는 "부산광역시의 무형유산는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넘어, 훌륭한 덕성과 인품을 갖추어 시민의 존경을 받고 후학의 모범이 되어야 할 분들이다"며 "아무리 기예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이가 그 숭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이어 법무부 진주교도소 교정협의회와 청소년 범죄예방위원 진주지역협의회 등도 부산시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을 넘어, 문화예술계 내부 권력구조, 갈등 관리의 부재, 전통예술인들의 인권 보호 문제까지 아우르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공공 행사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이라는 점에서 공인의 책무와 품위 유지와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무형유산 보유자의 자격 박탈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소인은 공식적인 무형유산 보유자라는 점에서, 국민 혈세로 지원받는 무형유산 보유자, 품위는 어디에 있나 향후 무형유산 보유자 자격 심사 및 관리체계 강화에 대한 제도적 검토도 뒤따를 가능성이 전망된다.

취재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님은 “당시의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황당하고 참담한 심경을 지울 수가 없다. 수행자로서 중생을 제도한다는 차원에서 살펴보면,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불(佛)·법(法)·승(僧)을 삼보에 비유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아무리 무지하고 무례한 행동일지라도, 승려로 하여금 멱살을 쥐어잡고 폭행과 폭언, 온갖 모욕적인 언행을 통해, 특히 공공기관 행사장에서 벌어진 이런 무자비한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치욕적인 형태라고 본다.”라며 “어떤 사악한 마구니가 승려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주먹질을 한다는 것은 ‘출불신혈(出佛身血)’이라 여긴다. 즉, 부처님 몸에 피를 내게 만드는 엄청난 횡포이자 포악한 만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기회를 계기로 반드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사(邪)를 파하고 정(正)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각오다. 부산시에서도 분명한 결기와 정도(正道)를 가지고, 품위를 위배하거나 폭행 및 폭언을 통해 인간문화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자격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엄격한 처벌인 징계안을 분명히 법안으로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스스로 돌아보건대, 저 자신 또한 다시 한 번 참회와 성찰의 기회로 삼아, 예인(藝人)으로서의 품위와 격을 높여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짐한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부산 시민들께 죄송스럽고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1월 1일 오전, 중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취재 기자와의 통화에서 “30일(목) 사건이 접수되고, 31일(금) 사건을 배당받았다”며 “국민 혈세를 지급받는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공인의 폭력 사건인 만큼 경찰에서도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말인 관계로 피고소인을 소환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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