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해보니 대반전…풍선처럼 보이던 갯벌 뒤덮은 ‘수상한 생명체’ 정체

2025-11-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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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지렁이의 비밀스러운 알 창고, 바다의 숨은 보물
생명을 품은 바다의 작은 인큐베이터

갯벌 한가운데 반짝이는 물풍선 같은 덩어리들. 놀랍게도 그 정체는 갯지렁이의 알집이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버린 풍선 잔해나 해파리 조각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안쪽에는 수백 개의 알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확대해 보는 순간, 모두가 경악했다.

갯벌에 가득 박힌 갯지렁이 알집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갯벌에 가득 박힌 갯지렁이 알집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수상한생선 Life Science’에 ‘갯벌에 가득 박혀있는 풍선의 충격적 정체 ㄷㄷ’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유튜버는 “갯벌에 풍선이 떨어져 있다. 조심해서 뽑아보면 뿌리 같은 게 있다”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덩어리를 들어 올렸다. 처음엔 해파리나 플라스틱 조각이라 생각했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자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투명한 젤리 같은 물체 안에는 쌀알처럼 생긴 알들이 가득했다. 영상 속 유튜버는 “갯벌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찾았다.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풍선처럼 보이던 그 덩어리들은 사실 생명을 품은 작은 주머니였다.

갯지렁이 알집 들어올린 장면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갯지렁이 알집 들어올린 장면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일부 갯지렁이 종들은 점액질로 된 알주머니를 만들어 갯벌 바닥이나 바위, 조개껍데기 등에 심어둔다. 이 젤리 덩어리는 단순한 알집이 아니라 일종의 ‘바닷속 인큐베이터’다. 점액질은 내부의 수분을 유지하고 세균 번식을 억제해 알을 보호한다. 알 하나의 크기는 쌀알보다 작지만, 한 알집 안에는 수백에서 수천 개까지 들어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 알들은 ‘담륜자(trochophore)’라 불리는 유생으로 부화해 바다로 떠나고, 이후 물고기나 게, 조개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된다.

갯지렁이는 육상 지렁이처럼 해양 생태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갯벌, 해초밭, 산호초, 바위틈 등 다양한 곳에 서식하며, 국내에만 300~400종이 존재한다. 일부는 모래 속에 굴을 파고 살고, 또 일부는 바다 밑바닥에 관을 만들어 정착한다. 어떤 종은 원양을 떠다니며 플랑크톤처럼 살아간다.

갯벌에서 건진 갯지렁이 알집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갯벌에서 건진 갯지렁이 알집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그들이 갯벌에 남긴 작은 구멍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다. 공기와 바닷물이 드나드는 통로가 되어 갯벌이 썩지 않게 하고, 산소를 공급해 다른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갯지렁이가 사라지면 갯벌은 금세 악취가 나고, 흙 속의 유기물이 썩어 생태계가 붕괴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방조제 건설로 갯지렁이가 사라지자 갯벌 생태계가 급격히 악화된 사례가 보고됐다.

해양 전문가들은 갯지렁이를 “갯벌의 청소부이자 심장”이라 부른다. 그들은 유기물을 분해하고 퇴적층을 뒤섞어 갯벌의 순환을 돕는다. 겉보기엔 단순한 벌레 같지만, 바다의 밑바닥을 지탱하는 핵심 존재다.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이런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한 해양수산부는 2023년부터 ‘블루카본(Blue Carbon) 추진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갯벌 복원과 염생식물 보전, 잘피밭 조성 등 해양 탄소흡수원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내년에는 갯벌 복원 사업에만 42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복원 연구와 생태 조사도 함께 진행돼, 훼손된 갯벌의 생명력 회복을 목표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 등 4곳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우리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규모와 생물 다양성 면에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는다. 정부는 추가 등재를 추진하며, 갯벌의 탄소저장 기능과 생태적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갯지렁이 알집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현미경으로 확대한 갯지렁이 알집 / 유튜브 '수상한생선 Life Science'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저 물풍선 같은 게 뭐지 했는데 갯지렁이 알집이라니 충격이네요”, “해파리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반전이에요”, “세계 5대 갯벌이라니 자랑스럽습니다”, “저 안에 생명이 들었다니 신기하고 경이로워요” 등 댓글이 이어졌다.

풍선처럼 반짝이던 그 덩어리의 정체는 결국 갯벌의 생명 순환을 책임지는 ‘생명의 주머니’였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던 풍경 속에서 바다는 오늘도 조용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신안 해역에 갯지렁이 방류, 갯벌 생태환경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 연합뉴스
신안 해역에 갯지렁이 방류, 갯벌 생태환경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 연합뉴스

갯벌 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5가지

1. 갯벌에서 생물을 함부로 채취하거나 뒤집지 않는다.

갯지렁이, 조개, 게, 고둥 등은 갯벌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생물이다. 체험이나 호기심으로 함부로 파헤치면 생태 균형이 무너진다.

2. 갯벌 체험 후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온다.

플라스틱이나 음식물 쓰레기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몸속에 쌓여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3, 세제나 오염물질이 포함된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주방 세제, 자동차 세척수, 농약 등은 하천을 통해 갯벌로 흘러들어간다. 생물 번식을 방해하고 갯벌의 미생태계를 파괴한다.

4. 지역의 갯벌 정화 봉사나 생태 보전 활동에 참여한다.

해양수산부와 지자체, 시민단체에서 주기적으로 정화활동을 진행한다. 한 번의 참여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5. 갯벌의 가치를 알리고 주변에 공유한다.

SNS나 일상 대화에서 갯벌의 중요성을 전하고, 무심코 훼손하는 행동을 줄이도록 권한다. 관심이 곧 보호의 시작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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