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밤을 물들인 '한·중 정상 만찬'…국빈만찬에 오른 음식은?

2025-11-01 23:17

add remove print link

시진핑 주석이 즐겨 마시는 '몽지람 주'도 곁들여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국빈 만찬을 열었다. 이번 만찬은 양국의 외교 관계를 재정비하고, 수교 33주년을 맞아 문화와 경제 전반의 협력을 강화하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경주’라는 고도(古都)를 배경으로 한 정상 만찬은 양국의 역사적 교류와 문명적 유대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EC 정상회의 만찬 앞서 대화하는 이재명 대통령·시진핑 주석 / 뉴스1
APEC 정상회의 만찬 앞서 대화하는 이재명 대통령·시진핑 주석 / 뉴스1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만찬 메뉴는 한중 음식 문화 교류를 테마로 구성됐다. 상차림에는 ‘만두’, ‘닭강정’, ‘마라 소스 전복’이 올랐다. 시진핑 주석이 즐겨 마신다고 알려진 중국의 전통주 ‘몽지람주’도 함께 곁들여졌다.

만두는 양국 국민이 오랜 세월 즐겨온 음식으로, 두 나라의 ‘맛의 뿌리’를 잇는 상징으로 꼽혔다. 닭강정은 ‘중국을 사로잡은 한국의 맛’을, 마라 소스 전복은 ‘한국을 사로잡은 중국의 맛’을 의미해, 서로의 문화와 입맛을 교류하며 발전해온 양국의 관계를 형상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중 양국이 오랜 세월 서로의 문화를 전하고 받아들이며 이어온 음식 교류의 역사를 이번 만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국빈만찬을 했다. 만찬 메뉴로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닭강정과 마라맛 소스를 곁들인 전복 요리가 나왔다.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국빈만찬을 했다. 만찬 메뉴로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닭강정과 마라맛 소스를 곁들인 전복 요리가 나왔다. / 대통령실

특히 시진핑 주석을 위해 마련된 몽지람주는 중국 내에서도 국빈 만찬이나 최고위급 행사에서만 오르는 고급 술로, 한국 정부가 정중한 예우를 갖춰 시 주석을 환영한다는 뜻이 담겼다. 경주의 전통 문화유산과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만찬은 한국의 ‘환대 외교’를 보여주는 장면으로도 평가된다.

메인 요리로는 자연송이와 구운 야채를 곁들인 한우 떡갈비 구이, 햅쌀밥과 백합국이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삼색 매작과와 삼색 과일, 지마구(芝麻球), 보성녹차 등을 선보였다. 대통령실은 “삼색 매작과와 삼색 과일을 나란히 대접해 올해 양국 수교 33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에는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정·재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초청됐다. 양국의 협력사를 비롯해 문화 교류 사업에 힘써온 인물들도 함께 자리해 경제·문화 협력의 상징적 장면을 완성했다.

앞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경주박물관에서 공식 환영식으로 시작됐다. 시진핑 주석은 전통 취타대의 선도와 호위를 받으며 입장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뒤 방명록에 서명했다. 이후 의장대 사열을 마친 양 정상은 회담장으로 이동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민생과 안보, 기후, 공급망 등 실질적인 분야별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특히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졌으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첨단 산업 협력 확대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은 기술·에너지 분야 협력을, 중국은 문화·관광 교류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회담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라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서울 대신 경주를 공식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도 상징적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불국사와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품은 도시로, 한국 전통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경주는 한국과 중국이 과거 동아시아 문명에서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았던 상징적인 장소”라며 “이재명 정부가 한중 관계를 감정이 아닌 문화와 교류 중심으로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만찬은 정치적 회담의 무게를 풀고, 문화로 연결된 우정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한중 양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서로의 문화를 나누며 성장해왔다”며 “오늘의 만찬이 그 긴 여정을 이어가는 작은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한국의 전통과 환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의 밤은 전통 음악 공연과 함께 이어졌다. 궁중음악과 현대적 해석이 결합된 무대가 마련돼, 한국의 예술성과 환대 정신을 함께 보여주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만찬은 단순한 외교 행사 이상의 의미를 넘어, 양국이 ‘과거의 우정에서 미래의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