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금지' 논란 확산하자... 쿠팡 노조, 이렇게 입장 밝혔다
2025-11-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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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산업 근간 흔드는 처사” 지적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새벽배송 금지' 방안을 제안하자, 정작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쿠팡 노동조합과 중소기업계가 동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제안이 현장 노동자들의 생계와 중소기업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쿠팡 노조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와 정부는 일방적으로 '새벽배송 금지 주장'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쿠팡과 쿠팡 노동자들은 지난 10여 년간 새벽배송을 통해 국민의 아침 밥상과 아이들의 학교 준비를 책임져왔다"며 "새벽배송은 이제 국민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으며, 쿠팡 물류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쿠팡 노조는 새벽배송 금지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택배기사들이 오전 5시에 배송하기 위해서는 간선기사들과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밤새 일을 해야 하고, 야간 배송 금지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배송기사들은 야간 물류센터나 간선기사 등으로 자리를 내몰릴 것"이라며 "더 나아가 물류 전체로 야간 배송을 금지한다면 물류센터나 간선기사들의 일자리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택배가 주간 배송으로 몰리면 교통 체증은 물론 엘리베이터 민원 등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주간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주간 업무자들에게 업무 과중을 늘리는 형태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한중협)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새벽배송은 단순히 대형 유통사의 사업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 식품제조업체, 납품업체, 농가가 이 시스템에 맞춰 성장해 온 생태계"라며 "새벽배송 중단은 이들의 거래망 단절과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직접 위협한다"고 밝혔다.
한중협은 "야간배송은 상당수 기사와 종사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측면도 있다"며 "모든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이들의 일할 자유와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시간 조정, 휴식시간 보장 등 현실적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플입협)도 성명서를 통해 "일부 노동단체의 이익만을 앞세워 수많은 중소자영업자와 온라인 입점사업자들의 생계 기반을 무너뜨리는 황당무계한 요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플입협은 '새벽배송 금지'가 '택배 없는 날'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 온라인 유통시장 전체의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폐업과 파산 위기로 내몰아 생태계 전체를 침몰시키는 '파괴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는 노동계 일방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소모적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100여 개 식자재 및 생활필수품 중소 제조업체로 구성된 한국상생제조연합회도 입장문을 내고 "새벽배송은 중소 제조업체와 농가가 시장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유통의 생명선"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회는 "지방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매일 아침 전국 소비자 식탁에 도달하는 구조 덕분에 폐기 없이 제값을 받고 납품할 수 있었다"며 "이 유통선이 끊기면 재고는 쌓이고 현금흐름이 막혀 자금 여력이 약한 중소업체와 농가 생존도 함께 멈춘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분석으로도 뒷받침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새벽배송 금지 시 발생할 5대 피해로 △신선식품 수급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익성 악화 △유통망 단절 및 판로 축소 △고용 및 지역경제 위축 △소비자 신뢰 하락을 꼽았다.
보고서는 쿠팡 '로켓프레시' 등에 입점한 농어촌 중소상공인의 매출이 최근 3년간 최대 5배까지 증가한 사례(경남 창녕 신신팜 등)를 제시하며, 새벽배송이 이들의 핵심 판로로 정착했음을 명시했다.
특히 금지 시 음식점·카페 등은 식자재 조기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농가·소상공인은 복잡한 도매 유통(5~6단계)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어 중간 마진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과 수익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쿠팡 새벽 배송 금지'를 놓고 3일 공개 토론에 나선다. 오후 6시 20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펼쳐질 이번 공개 토론은 장 전 의원이 한 전 대표에게 제안하고 한 전 대표가 받아들임에 따라 성사됐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새벽배송과 관련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노조가 제안한 것은 새벽배송이 아닌 초심야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안이었다고 밝혔다.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되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오전 5시 출근조가 사전에 설정된 긴급한 새벽배송을 처리하자'는 것이 제안 내용이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