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증상도 없어 더 충격적…갑자기 아기 호흡 멈추는 상황
2025-11-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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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계류유산’, 왜 생기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임신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임신이 순조롭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병원에서 “아기가 자라지 않았어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예비 엄마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바로 ‘계류유산’이라는 진단이다. 임신 사실을 알고 기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육체적 고통은 물론, 심리적 상실감까지 남긴다. 그렇다면 계류유산은 왜 생기며, 어떤 징후를 통해 미리 알아차릴 수 있을까.
◆ ‘계류유산’이란 무엇인가
계류유산은 태아가 자궁 안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데도, 몸이 자연스럽게 유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임신 초기 12주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전체 임신의 10~20%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상태에서는 임신 호르몬이 일정 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입덧이나 유방통 같은 임신 증상이 계속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산모가 쉽게 눈치채지 못하고, 정기검진에서 초음파로 심박이 확인되지 않아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가장 흔한 원인은 ‘배아의 염색체 이상’
계류유산의 가장 큰 원인은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다. 수정 과정에서 염색체가 비정상적으로 결합되면 태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는 산모의 잘못이 아니다. 자연의 선별 작용으로, 생명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임신이 멈추는 것이다.
그 밖에도 자궁 내막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호르몬 불균형, 자궁 기형, 갑상선 질환, 면역 이상, 심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흡연이나 과음, 비만 등 생활습관 요인도 위험을 높인다. 특히 35세 이후 임신에서는 염색체 이상 확률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
계류유산은 대부분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일반적인 유산처럼 출혈이나 복통이 동반되지 않고, 몸의 변화도 뚜렷하지 않다. 일부 여성은 가슴이 덜 아프거나 입덧이 사라지는 등 미묘한 변화를 느끼기도 하지만,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이 중요하다. 임신 초기에는 보통 2주 간격으로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성장과 심박을 확인한다. 이 시기 검진을 거르지 않는 것이 계류유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진단 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계류유산이 확인되면 의사는 자궁 내 남아 있는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자연적으로 배출되기를 기다릴 수도 있지만, 감염이나 출혈 위험이 있어 대부분은 약물치료 또는 소파수술(자궁내막소파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자궁 내막 손상을 막기 위해 숙련된 의료진의 조치가 중요하다.
수술 후에는 일정 기간 휴식과 감염 예방이 필요하다. 심한 운동이나 성관계는 피하고, 몸이 회복된 뒤 다시 배란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피임을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심리적 회복이 중요하다. 유산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임신을 경험한 여성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다. 상담이나 가족의 지지가 회복의 첫걸음이 된다.

◆ 다시 임신해도 괜찮을까?
계류유산을 한 번 겪었다고 해서 다음 임신까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적절한 회복 기간을 거친 뒤 다시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2~3회의 생리 주기가 돌아온 뒤, 몸과 마음이 안정됐을 때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다만 두 번 이상 반복적으로 계류유산이 발생한다면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유전적 이상, 자궁 구조 문제, 혈액 응고 이상 등을 확인하고 원인에 따라 맞춤 치료를 받는다.
◆ 예방을 위한 생활 관리
계류유산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우선 임신을 계획하기 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엽산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흡연과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하며, 과도한 카페인 섭취도 삼간다.
또한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장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이라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임신 중에는 작은 이상도 놓치지 말고, 정기검진을 철저히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 몸보다 마음을 돌봐야 할 때
계류유산은 여성에게 신체적인 회복보다 심리적인 상처가 더 깊게 남는다. 죄책감, 우울,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계류유산은 자연적인 생리적 현상이며, 몸이 다시 임신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유산 후 최소 한 달 이상 충분히 쉬고, 스스로를 탓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족이나 배우자의 지지가 회복을 앞당기며, 필요하다면 전문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 차분한 회복이 다음 생명을 준비한다
임신은 기적이지만, 그만큼 섬세하다. 계류유산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준비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실의 순간에도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잊지 말자.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생활, 따뜻한 식사와 마음의 여유가 다음 기적을 부른다. 계류유산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잠시의 멈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