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2억으로 100만 관객 돌파한 기적의 ‘한국영화’…안방극장 드디어 상륙

2025-11-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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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편견을 흔든 작은 영화의 거대한 외침

불가능해 보였던 숫자가 현실이 됐다. 제작비 2억 원, 누적 매출액 109억 원 그리고 관객 107만 명. 한국 영화 ‘얼굴’이 독립영화계 새로운 신화를 썼다.

'얼굴’ 스틸컷. 박정민.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 스틸컷. 박정민.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9월 11일 개봉한 영화 ‘얼굴’이 지난달 27일부터 극장 동시 VOD 서비스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안방으로 무대를 옮겼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극장과 안방에서 동시에 만나는 장기 흥행작”이라며 “VOD 공개를 통해 더 많은 관객이 ‘얼굴’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최근 밝혔다.

현재 IPTV(KT Genie TV·SK Btv·LG U+TV), 홈초이스, 스카이라이프, OTT 웨이브·쿠팡플레이·애플TV 등에서 '얼굴'을 관람할 수 있다.

2억으로 만든 영화, 100억 넘게 벌었다

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07만4926명이다. 올해 개봉한 250여 편의 영화 중 1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은 20여편뿐이다. 흥행 상위권에 오른 대부분의 영화가 제작비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상업 대작임을 고려하면, ‘얼굴’의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제작비는 고작 2억 원. 영화 한 편의 마케팅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흥행 수익만 110억 원, 투자 대비 수익률로 계산하면 5400%가 넘는다.

'얼굴’ 스틸컷. 권해효, 박정민.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 스틸컷. 권해효, 박정민.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상호 감독의 실험, 박정민·신현빈의 열연

‘얼굴’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서울역’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앞을 보지 못하지만 전각(인장 새김) 분야의 장인으로 살아가는 ‘임영규’(박정민)와 그의 아들 ‘임동환’(임성재)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정민은 1인 2역 연기를 보여주며 시각장애인의 심리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권해효, 신현빈, 한지현 등 조연진 연기도 탄탄했다. 관람객 평점은 2일 네이버 기준 8.20점(10점 만점). 상영 시간은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로, 쿠키 영상은 없다.

배우 개런티 0원, 지분 분배 시스템으로 제작

이 영화의 가장 큰 화제는 초저예산 구조와 제작 방식의 혁신이다. 연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의 자비로 제작했다. 주요 배우들은 노개런티(무보수)로 참여했고, 수익 발생 시 일정 지분을 배분받는 성과 공유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태프 인건비도 최소화됐지만, 대신 촬영 참여율에 따라 이익 배분율을 책정해 공동 창작 형태를 취했다. 덕분에 단 13회차(약 2주 남짓)의 촬영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얼굴’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러한 효율적 시스템은 제작비를 90% 가까이 줄이는 핵심 요인이 됐다. 대형 상업영화가 투입 인력 100명 이상, 촬영기간 2~3개월 이상인 것과 달리, ‘얼굴’은 20명 안팎의 최소 인원으로 완성됐다. 저예산으로도 고품질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해외 선판매 157개국…제작비 개봉 전 이미 회수

‘얼굴’은 개봉 전부터 이미 제작비를 회수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그 과정에서 전 세계 157개국에 선판매됐다. 영화계에 따르면 '얼굴'은 토론토에서 첫 상영 후, 북미·유럽·아시아 시장에서 동시에 판권 계약이 이루어졌다. 국내 개봉 전 이미 흑자 전환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글로벌 반응은 ‘얼굴’이 가진 보편적 주제의 힘 덕분이다. 영화는 외모 편견, 사회적 낙인, 인간 내면 폭력성을 다루며 사회의 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모 편견과 인간의 폭력”…관객이 만든 입소문

‘얼굴’ 스틸컷. 신현빈.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 스틸컷. 신현빈.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이 초저예산에도 장기 흥행을 이어간 이유는 관객이 직접 만든 입소문 덕분이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평의 반응이 쏟아졌다. 영화는 ‘외모로 규정되는 사회’ ‘약자에 대한 혐오’ ‘가족의 죄책감’ 같은 무겁고 불편한 주제를 다루며 관객의 생각을 흔들었다.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추천 운동을 벌였다. 여러 호평들이 SNS와 블로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비상업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만들어냈다.

작지만 완벽한 영화…독립영화계 새로운 이정표

‘얼굴’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업 자본 없이도 흥행이 가능함을 증명한 사례이자, 제작 구조 혁신의 성공 모델이다. 2억 원으로 100만 관객이라면 한국 영화산업 구조 자체를 재정의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다. 지분 분배와 초단기 제작 시스템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얼굴’은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다. 한국 영화의 산업적 구조, 창작자들의 협업 방식을 완전히 바꾼 작품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자본 없이도, 화려한 톱스타 캐스팅 라인업 없이도, 이야기와 메시지로만 승부해 관객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얼굴’은 한국 영화계에 남을 기적으로 불린다. 일부 극장에서뿐만 아니라, 이제는 안방에서 그 기적의 여정을 이어갈 차례다. ‘얼굴’은 더 많은 시청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진실이 민낯을 드러냈다"

유튜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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