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3일 만에' 달달한 홍시로 바뀌게 할 수 있는 남다른 요령 있습니다
2025-11-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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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달콤한 기다림, 감을 홍시로 제대로 익히는 법
11월은 감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막 수확한 단감과 떫은감이 시장에 쏟아지는 시기, 제철 감을 한 박스 들여놓고 며칠 후 스스로 말랑하게 익어가길 기다리는 일은 가을의 작은 즐거움이다. 하지만 막상 집에 들여놓은 감이 너무 늦게 익거나, 반대로 금세 상해버려 버리는 경우도 많다. 홍시로 잘 익히는 데는 온도, 습도, 그리고 보관법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홍시로 익는 감의 원리
감이 홍시로 변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는 과정이 아니다. 감 속의 ‘탄닌’이라는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며 분해되면, 떫은맛이 사라지고 과육이 부드럽게 변한다. 이때 효소의 작용과 수분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감 전체가 점차 물렁해진다. 쉽게 말해, ‘익는다’는 것은 감 속의 성분이 천천히 변하면서 식감과 향이 달라지는 생화학적 과정이다. 따라서 보관 온도와 환경에 따라 그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

◆상온에서 익히기,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
감은 상온에서 서서히 홍시로 익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15~20도 정도의 실내 온도에서는 3~5일 사이에 말랑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단, 환기가 너무 잘 되는 곳은 감의 수분이 쉽게 증발해 껍질이 쭈글쭈글해질 수 있으므로, 바람이 직접 닿지 않는 그늘진 장소가 좋다. 신문지나 키친타월을 감 아래에 깔고 겹겹이 쌓지 말고 한 겹으로 두면, 감이 눌리지 않아 고르게 익는다. 감의 꼭지 부분이 위로 향하게 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 부위는 껍질이 얇고 수분이 쉽게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익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싶다면
급하게 홍시를 먹고 싶을 때는 ‘사과’나 ‘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사과에는 에틸렌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가스는 과일의 숙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사과 1~2개를 감과 함께 밀폐된 종이상자나 비닐봉지에 넣고 하루 정도 두면 감이 훨씬 빨리 물러진다. 단,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비닐봉지는 내부에 습기가 차면서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하루에 한 번 정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또한 따뜻한 실내에서 익히는 것도 방법이지만, 온도가 25도를 넘으면 감이 익기보다 ‘상하기’ 시작한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과육의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미생물 증식이 빨라져 홍시 특유의 부드럽고 단 질감이 아니라 물러터진 상태가 되기 쉽다.
◆익은 감의 보관 요령
홍시로 잘 익은 감은 수분 함량이 높아 금세 상하기 때문에 냉장보관이 필수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두면 3~4일 정도는 신선함이 유지된다. 하지만 이보다 오래 보관하려면 냉동이 좋다. 홍시를 깨끗이 씻은 뒤 껍질째 통째로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하면, 필요할 때 반쯤 녹여 아이스크림처럼 즐길 수 있다. 일부러 반쯤 얼린 ‘홍시 셔벗’은 단맛이 진하고 차가운 질감이 좋아 겨울철 간식으로 인기가 높다.

◆보관 시 피해야 할 습관
감은 과일 중에서도 에틸렌에 민감한 편이기 때문에, 다른 과일과 함께 장기간 두면 과숙이 빠르게 진행된다. 또 물기가 묻은 상태로 쌓아두면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반드시 완전히 건조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특히 감을 포개거나 상자 안에 너무 꽉 채워두면 아래쪽 감은 압력 때문에 상처가 생기고, 그 부위부터 부패가 시작된다.
홍시를 냉장실에 넣을 때는 감끼리 닿지 않게 키친타월을 한 겹씩 덮어두는 것이 좋다. 수분 흡수와 공기 순환을 돕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해도 신선도가 하루 이상 더 유지된다.
◆맛있게 익은 홍시의 기준
겉모양이 반투명하고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부드럽게 들어가면 제대로 익은 홍시다. 껍질이 매끈하고 윤기가 나며, 냄새가 상큼하고 달콤해야 한다.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고 즙이 새어나오면 이미 과숙 상태다. 너무 늦게 먹으면 단맛은 강하지만 질감이 물컹하고 신맛이 섞일 수 있다.
홍시는 당분이 높아 에너지 보충에 좋지만,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과 소화 촉진에는 탁월하다.
◆가을의 인내가 만들어내는 단맛
감이 홍시로 변하는 과정은 결국 ‘기다림’의 미학이다. 너무 급하게 익히려 하면 금세 상해버리고, 너무 차갑게 보관하면 단맛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지켜 천천히 익혀야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홍시의 단맛을 만날 수 있다. 한 박스의 감을 들여놓고 하나하나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그 기다림 속에 가을의 정취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