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타지 않는 반찬은 바로 '배추겉절이', 숨 죽지 않게 하는 법
2025-11-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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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배추겉절이,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는 비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김치 대신 간편하게 무쳐 먹는 배추겉절이가 입맛을 돋운다. 배추 본연의 단맛과 양념의 알싸한 맛이 어우러진 겉절이는 밥상 위에 올리기만 해도 반찬 걱정을 덜어준다. 그러나 쉽게 물러지거나 숨이 죽어버려 아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아삭한 배추겉절이를 오래도록 맛있게 즐기려면 재료 선택부터 양념 배합, 보관 방법까지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 신선한 배추 선택이 첫 단계다
겉절이의 식감은 배추의 신선도에서 시작된다. 잎이 노랗게 변하거나 축 처진 배추는 이미 수분이 빠져 겉절이로 만들면 쉽게 물러진다. 겉절이에 적합한 배추는 단단하고 속이 꽉 찬 것보다는 약간 덜 여문 것이 좋다. 겉잎이 짙은 초록색을 띠고 속잎이 부드럽게 노란 빛을 띠는 배추가 가장 적당하다. 줄기 부분은 하얗고 단단해야 하며, 잎과 줄기가 함께 휘어질 정도로 탄력이 있어야 한다.
배추를 손질할 때는 칼로 자르기보다는 손으로 찢는 것이 좋다. 칼로 자르면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아 수분이 빠져나가기 쉬워 금세 숨이 죽는다. 반면 손으로 찢으면 조직이 자연스럽게 유지돼 아삭함이 오래간다.

◆ 소금 절임이 식감의 핵심이다
배추겉절이의 생명은 절임 과정이다. 너무 오래 절이면 물러지고, 짧으면 간이 배지 않는다. 절임용 소금은 굵은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운 소금은 배추의 수분을 급격히 빼앗아 조직이 약해진다.
배추를 소금에 절일 때는 줄기 쪽에 집중적으로 소금을 뿌려야 한다. 잎보다 줄기 부분이 두껍고 단단해 간이 잘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절이는 시간은 실온 기준으로 약 40분이 적당하며,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면 간이 고르게 배인다. 절임 후에는 찬물로 두세 번 헹궈 소금기를 뺀 뒤 체에 밭쳐 20분 정도 물기를 빼야 한다. 물기가 남으면 양념이 묽어지고 금세 숨이 죽기 때문이다.
◆ 양념은 최소한으로, 젓갈은 신선하게
겉절이의 맛을 좌우하는 건 양념이다. 다만 김치처럼 오래 숙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양념은 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새우젓, 멸치액젓, 설탕, 그리고 약간의 찹쌀풀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찹쌀풀을 넣으면 양념이 배추에 잘 달라붙고 윤기가 돌아 아삭함이 오래 유지된다.
젓갈은 오래된 것보다 신선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우젓이나 멸치액젓의 비린내가 강하면 금세 맛이 변질된다. 양념을 배추에 버무릴 때는 손으로 세게 주무르지 말고, 살살 뒤집듯이 무쳐야 한다. 세게 무치면 배추가 손상되어 수분이 빠지고 금세 시들어진다.

◆ 숨 죽지 않게 보관하는 법
겉절이는 냉장고에 넣자마자 숨이 죽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로 밀폐되어 냉장된 공기와 만나면서 조직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완성된 겉절이는 먼저 밀폐 용기 바닥에 키친타월을 한 겹 깔고 겉절이를 담는다. 그 위에 다시 키친타월을 덮어 수분을 흡수하도록 하면 아삭한 식감이 오래 유지된다.
또한 바로 냉장하지 말고 상온에서 20분 정도 식힌 뒤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냉장고의 차가운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배추 조직이 수축하면서 숨이 쉽게 죽는다. 냉장 온도는 3~5도 정도가 적당하며, 2일 이내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 오래 두고 먹고 싶다면 ‘반절임’ 상태로
겉절이를 이틀 이상 보관해야 한다면 절임 시간을 30분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 완전히 절인 상태로 양념을 하면 냉장 중에도 숙성이 계속되어 김치처럼 신맛이 난다. 반절임 상태에서 양념을 버무린 뒤 냉장 보관하면 하루 정도는 아삭함을 유지하면서 맛이 깊어진다.
냉장 보관 중에는 가급적 한 번에 꺼내 먹을 만큼만 덜어내는 것이 좋다. 자주 열고 닫으면 외부 공기가 들어가 수분이 응결되고 금세 물러진다.

◆ 식탁 위 사계절 반찬, 겉절이의 매력
배추겉절이는 제철 배추의 단맛과 신선함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제철 반찬이다. 김치보다 간편하고, 바로 먹어도 맛있다. 특히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배추의 당도가 높아 겉절이를 만들기에 가장 좋다.
잘 절인 배추에 은은한 젓갈 향과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어우러지면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울 만큼 입맛을 살려준다. 여기에 신선한 배추의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지면 그 어떤 반찬보다 만족도가 높다.
겉절이는 김치보다 단명하지만, 신선한 재료와 올바른 절임·보관법을 지키면 2~3일은 충분히 아삭하게 즐길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간편하고 건강하게 한 끼를 차려내고 싶다면, 배추겉절이 한 접시로 식탁의 활력을 더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