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떠나기 좋은 곳…철새와 함께 걷는 ‘겨울 여행지’

2025-11-0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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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이달의 생태관광지에 주남저수지 선정

철새가 돌아오는 계절, 주남저수지가 11월의 생태관광지로 뽑혔다.

죽동 메타세콰이어길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죽동 메타세콰이어길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바람이 차가워지면 사람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존재가 있다. 먼 북쪽에서 출발한 새들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궤적이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그 길의 끝에는 언제나 물이 있는 곳이 있고, 그중에서도 창원 주남저수지가 올해 11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선정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1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 철새가 머무는 호수, 주남저수지의 겨울

한국의 습지는 시베리아와 몽골 고원에서 내려오는 길과 일본과 동남아로 이어지는 길에서 철새가 쉬어 가는 중간 기착지다. 겨울을 버티는 월동지이기도 하다. 주남저수지는 결빙기가 짧아 먹이를 찾기 쉽고 휴식이 편해 겨울 철새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두루미류의 중간 기착지 및 재두루미 등의 월동지인 주남저수지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두루미류의 중간 기착지 및 재두루미 등의 월동지인 주남저수지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주남저수지는 산남과 주남과 동판 세 저수지가 한 몸처럼 이어진 배후습지형 호수다. 면적은 898ha다. 1980년대 가창오리 약 5만 마리가 월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철새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을과 겨울에는 재두루미와 큰고니와 기러기가 차례로 날아든다. 물 위로 새가 내려앉고 떼지어 솟아오르는 장면이 하루에도 몇 번씩 펼쳐진다.

습지를 걷는 길도 잘 갖춰졌다. 총 12km의 생태탐방로가 세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 취향과 시간에 맞춰 고를 수 있다. 1구간은 제방길을 따라 저수지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보며 걷는다. 길목에 생태학습관과 람사르문화관이 자리해 관찰과 배움을 한 번에 채울 수 있다. 2구간에는 동읍과 대산면을 잇는 주남돌다리가 있다. 물 위에 놓인 오래된 길을 건너며 습지의 결을 천천히 느낄 수 있다. 3구간은 오솔길과 전망대를 거쳐 저수지 전경을 한눈에 담는다. 해 질 녘 호수빛이 길게 늘어지고 원을 그리며 도는 새의 비행이 수면 위에 비친다.

주남저수지 위치 / 구글 지도

◈ 자연과 역사가 함께 있는 생태관광지

람사르문화관은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총회의 의미를 기록한다. 왜 습지를 지켜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보전이 가능한지 사례로 보여준다. 생태학습관에서는 새의 비행 원리와 주남저수지의 철새와 텃새, 물속 생물의 삶을 전시와 체험으로 소개한다.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자연의 풍경에 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 쉬고 있다.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기원전 1세기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유물이 발견된 다호리 고분군이 자리한다. 오랜 세월 쌓인 흙 속에서 드러난 청동기와 철기의 흔적은 고대 국가가 형성되고 발전하던 과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조금 더 발길을 옮기면 단감 향이 퍼지는 단감테마파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단감이 재배된 곳으로, 1910년대 후반 심어진 시배목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감 타르트나 단감 쌈장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돼 계절 과일의 향과 손끝의 온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단감테마공원 위치 / 구글 지도

언덕 위로는 북부리 팽나무가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약 500년의 세월을 버텨온 이 나무는 마을의 당제와 함께 전해지는 천연기념물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봐 온 존재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찾는 이들이 많지만 나무의 곁을 지킬 예의가 여전히 이곳의 규칙처럼 이어지고 있다.

북부리 우영우 팽나무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북부리 우영우 팽나무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주남저수지의 생태관광 정보와 탐방 코스, 프로그램 일정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생태관광 안내 누리집과 창원주남생태관광협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발 전 개방 시간과 관람 동선을 미리 살피면 현장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철새가 머무는 계절에는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챙기면 관찰의 밀도가 달라진다. 조용한 걸음과 느린 시선이 이곳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튜브, 경상남도의회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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