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1일 2550명' 제한...새벽 4시 오픈런까지 터진 ‘이곳’ 정체
2025-11-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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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금관, 104년 만에 일으킨 문화 대지진
신라의 금빛 비밀, 새벽부터 달려온 관람객들
"새벽 4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국립경주박물관 이성현 주무관)

신라 천년의 금빛 역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시가 초반부터 ‘오픈런’ 행렬을 불러일으키며 관람 인원 제한에 들어갔다. 전시를 보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줄을 서는 관람객들이 등장했고, 박물관 측은 급기야 ‘하루 2550명 제한’이라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3일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관련 회차당 150명씩, 평일 기준 하루 2550명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주말에는 23회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박물관은 “전시실 내 안전 관리와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관람객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특별전은 신라를 대표하는 황금 유물인 금관과 금 허리띠 등 총 20점을 한자리에 모은 사상 첫 전시다. 국립경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에 흩어져 있던 유물들이 한 공간에서 공개되면서, 신라의 ‘금빛 정점’을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신라의 여섯 금관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104년 만의 역사적 순간이다. 1921년 금관총 금관이 발견된 이후 금령총, 서봉총, 천마총, 황남대총, 교동 출토 금관이 각기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공개되어 왔지만, 여섯 점이 동시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금 허리띠 6점까지 함께 전시돼 신라 왕권의 상징이 완벽히 복원됐다.
전시 유물 가운데 국보가 7점, 보물이 7점으로, ‘신라의 금’이라 불리는 찬란한 문화의 정수를 총집결했다. 천마총 금관, 금령총 금관, 황남대총 남분 금관 등은 각기 다른 시대와 권력층의 위신을 상징하는 유물로, 신라의 정치적 정체성과 세계관을 한눈에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신라 금관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 다양한 상징들로 구성돼 있다. 나라의 정체성과 세계관뿐 아니라 마립간의 권력과 위신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의 화제성은 단순히 유물의 희소성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달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주 특별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직접 전용기에 실어 미국으로 가져가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로 그 천마총 금관의 실물이 공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 전시는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과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마련됐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그동안 각기 다른 시기에 공개됐던 신라 금관을 한자리에 모은 사상 최초의 전시”라고 밝혔다. 고고학자뿐 아니라 전시 관계자 모두가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다.

실제 현장은 연일 인산인해다. 지난 2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일반 관람이 시작된 첫날 오전부터 박물관 입구에는 긴 대기 줄이 형성됐고, 일부 관람객은 새벽 4시부터 모여들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이성현 주무관은 “새벽 4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문을 열자마자 700명 정도를 입장시켰다”고 매체에 말했다. 전시실 입장을 위해 박물관은 번호표를 배부하고, 동선을 일반 관람객과 분리해 운영 중이다. 오전 9시 20분부터 현장 티켓을 배부한 뒤 회차별 30분 단위로 입장이 이뤄진다.
관람객들은 “사진으로만 보던 금관을 실제로 보니 압도적이었다”, “왕의 권력보다도 신라인의 정교한 미감이 더 놀랍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경주 시민뿐 아니라 서울·부산 등지에서도 전시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14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에서 열린다. 황금빛으로 물든 신라의 왕권과 예술, 그 정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104년 만의 찬란한 귀환’으로 남을 것이다.
<금관 특별전시 관람 안내>
입장시간- 9:30~17:30(18시 관람 종료)
관람시간- 30분 단위 입장(1일 17회차 운영)
티켓발급- 9시 20분 박물관 정문에서 현장 배부(당일에 한정)
관람인원- 1일 2,550명 제한(회차별 150명)
*토요일 9:30~20:30(21시 관람 종료, 23회차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