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일 맛난 최고급 횟감인데... 일본선 '싸고 더러운 물고기' 반전 취급

2025-11-0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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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고급 횟감, 일본선 더러운 고기... 극과 극 평가받는 물고기

은빛 비늘이 반짝이고 위풍당당하게 솟은 등지느러미를 자랑하는 감성돔. 한국에서는 돌돔, 참돔, 벵에돔, 감성돔으로 묶인 ‘4대 도미’이며 미식가와 낚시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고급 어종이다. 특히 전남에서는 참돔보다 더 높게 평가받으며 최고의 횟감으로 대접받는다.

감성돔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감성돔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하지만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는 정반대다. "줘도 안 먹는 더러운 똥고기"라는 혹평을 받으며 수산시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거래된다. 같은 생선이 한국과 일본에서 이처럼 극명하게 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 이 흥미로운 문화적 차이를 조명했다.

감성돔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감성돔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감성돔은 농어목 도미과에 속하는 정통 도미 혈통이다. 돌돔이 돌돔과에, 벵에돔이 돌돔과에 각각 속한 것과 달리 참돔과 함께 진짜 도미 가문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감시, 가문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검은빛을 띤다는 의미에서 감성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 감성돔은 낚시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상 어종 중 하나다. 은빛 채색과 멋진 외형에 체급 대비 강한 손맛을 선사하며, 도미과 특유의 찰진 식감과 뛰어난 감칠맛으로 입맛까지 책임진다. 전국 연안에 서식해 사계절 낚시가 가능하며,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강 하구의 기수역에서도 잡힌다. 회로 먹을 때는 아삭거리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며, 참돔처럼 껍질을 붙여 먹기도 한다. 남은 대가리와 뼈로 끓인 탕은 깊고 시원한 맛을 낸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제철인 감성돔은 특히 전남 지역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다른 고급 어종보다 감성돔을 유독 더 쳐주는 분위기다. 최대 70cm, 5kg까지 자라지만 성장이 매우 느려 큰 씨알은 20년 이상 된 개체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태어날 때 모두 수컷이었다가 2, 3년생 무렵 자웅동체를 거쳐 4, 5년생이 되면 70% 이상이 암컷으로 성전환한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감성돔의 위상은 처참하다. 일본어로 쿠로다이(검은 돔)라고 부르는 이 생선은 한국과 달리 참돔보다 훨씬 낮게 평가받는다. 수산시장의 흰살 생선 중 가장 저렴하게 유통되며, 특히 관동 지역에서는 값을 싸게 쳐도 안 팔리는 생선으로 악명 높다.

감성돔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감성돔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이런 평가 차이의 핵심은 감성돔의 강한 생존력과 잡식성에 있다. 감성돔은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살며 뭐든지 닥치는 대로 먹는다. 도시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까지 먹고 사는 지저분한 고기라는 인식이 일본에 깊이 박혔다. ‘탐욕스러운 물고기’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강하다. 한국에서 고급 어종으로 대접받는 것과는 정반대의 취급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유통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우물에도 살려뒀다가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흰살생선이 귀한 여름에 인기가 있었다. 기수역은 물론 완전 담수에서도 살 수 있어 당시로서는 드물게 회로 유통이 가능했던 생선이었다. 하지만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오염된 환경에서도 잘 사는 감성돔의 이미지가 나빠졌고, 결국 천대받는 생선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관동을 벗어난 서일본 지역에서는 감성돔을 나름 즐겨 먹는다. 회부터 국물, 조림, 찜, 구이, 튀김 등 관련 요리도 다양하다. 같은 일본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셈이다.

조선시대 문헌 '우해이어보'에는 감성돔으로 식해를 담가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가을철 잡힌 작은 감성돔을 포 떠서 밥과 소금, 누룩, 엿기름 등을 섞어 발효했으며, 모든 생선 식해 중 그 맛이 으뜸이었다고 전한다. 2018년 경남 창원에서 이 감성돔 식해를 215년 만에 전통 방식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현재 감성돔은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감소해 5월 한 달은 금어기로 지정됐다. 25cm 미만 개체는 연중 포획이 금지돼 있다. 위반 시 최대 2000만 원의 벌금이나 2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원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감성돔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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