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 나무가 1100살 나무를 이겼다…‘국내 최고 높이’ 나무의 정체

2025-11-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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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최고 높이 등극

국내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새로 확인됐다. 서울 홍릉숲에 있는 ‘노블포플러’가 1100년 된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더 높게 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노블포플러의 라이다 분석 결과 /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노블포플러의 라이다 분석 결과 /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홍릉숲 노블포플러의 실제 높이를 확인하기 위해 라이다(LiDAR) 센서와 드론을 이용한 정밀 수고 조사를 실시한 결과, 높이가 38.97m로 측정됐다”고 3일 밝혔다.

이는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져 있던 경기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38.80m)보다 약 17cm 더 높은 수치다.

드론을 활용한 노블포플러 수고 측정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드론을 활용한 노블포플러 수고 측정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노블포플러는 버드나무과 포플러속 식물로, 유럽포플러와 북미포플러를 교배해 만든 이태리포플러(Populus euramericana)의 한 품종이다. ‘노블(noble)’이라는 이름은 크고 곧게 자라는 특성을 뜻하며, 1975년 한일 협력사업을 통해 국내에 도입됐다. 당시 홍릉숲 제1수목원에 심어진 50그루 중 현재는 두 그루만 남아 대표적인 경관목으로 자라고 있다.

이번에 측정된 나무는 약 50년생으로, 수령으로 보면 아직 어린 나무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속성수로, 국내 성숙림의 평균 나무 높이(20m 안팎)를 크게 웃돈다. 천 년 넘게 자란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더 높은 수고를 기록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천연기념물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캡처
천연기념물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캡처

용문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나무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은행나무로 알려져 있다. 높이는 약 42m, 뿌리 둘레는 15m가 넘는다. 나이는 약 1100년으로 추정되며 매년 수백 킬로그램의 열매를 맺는다. 신라 의상대사가 짚던 지팡이를 꽂아 자랐다는 설화와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 심었다는 전설이 함께 전해진다. 오랜 세월 불길 속에서도 살아남아 ‘천왕목(天王木)’이라 불리며, 지금도 용문사 입구를 지키는 상징적인 나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라이다와 드론을 통해 수형과 높이 측정 기준점을 정밀하게 설정하고, 향후 변화와 성장 속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박찬열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홍릉숲 노블포플러의 높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라이다 기술을 활용해 성장과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홍릉숲 노블포플러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자란 나무 가운데 드물게 기록적인 성장을 보인 사례로, 국내 산림 연구와 도시숲 생태 관찰의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 나무 연구의 요람, 도심 속 가장 깊은 숲 ‘홍릉숲’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자리한 홍릉숲은 국내 최초의 수목원이자 도심 속 대표 연구림이다. 고려대와 카이스트 캠퍼스 사이에 자리한 이 숲은 1922년 고종의 비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터에 조성돼 100년 넘게 식물 연구가 이어져왔다. 침엽수와 활엽수, 약초원, 관목원 등이 구역별로 조성돼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도 울창한 숲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홍릉숲 코스지도 / 산림청 국랍산림과학원 홈페이지 캡처
홍릉숲 코스지도 / 산림청 국랍산림과학원 홈페이지 캡처

홍릉숲은 주말에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되며, 평일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숲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차량 출입은 제한돼 있어 도보나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된다. 도시락 등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고 반려동물의 입장도 허용되지 않는다. 계절마다 다른 식생이 피어나 봄에는 벚꽃과 금낭화,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숲 전체를 물들인다.

홍릉숲 위치 / 구글 지도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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