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하얗다? 제주서 포착된 ‘돌연변이 새’의 정체

2025-11-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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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색소 일부 결핍된 희귀 돌연변이

하얗게 빛나는 깃털의 까치 한 마리가 제주에서 포착됐다.

지난 10월31일 제주시 오등동에서 목격된 '흰 까치' / 다큐제주 제공
지난 10월31일 제주시 오등동에서 목격된 '흰 까치' / 다큐제주 제공

서울신문에 따르면 다큐제주는 “지난달 31일 제주시 오등동의 과수원에서 흰 까치가 목격됐다”고 3일 밝혔다.

현장 촬영에 나선 오승목 감독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농장주가 색이 다른 까치가 있다며 연락해와 확인했다”며 “멜라닌 색소가 부분적으로 부족해 털이 하얗게 변하는 ‘루시즘(leucism)’ 증상을 보이는 개체로 보인다”고 전했다.

루시즘은 피부나 깃털의 색소 일부가 결핍돼 몸의 일부가 하얗게 변하는 현상으로, 눈과 전신이 완전히 하얗게 되는 ‘알비노(albino)’와는 다르다. 오 감독은 “이번 까치는 얼굴과 날개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전신이 하얗게 보여 일반 까치와 구분이 확실했다”며 “희귀한 개체이자 과거에는 ‘길조 중의 길조’로 불렸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흰 까치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에는 제주시 이호동의 한 조경원에서 같은 루시즘 증상을 보인 직박구리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는 유전적 요인이나 일시적 환경 변화가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지역 생태계 다양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흰 까치는 약 100만 마리 중 한 마리 꼴로 나타나는 극히 드문 돌연변이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전국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목격됐다.

2006년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 마을에서 흰 까치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며 반긴 사례가 있었고 2007년에는 충북 진천에서 온몸이 하얀 새끼 까치가 발견돼 야생동물보호협회가 보호 후 방사했다.

또 2016년에는 전남 장성 편백숲에서 흰 까치가 전신주 꼭대기에 앉은 채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당시 국립생태원은 “멜라닌 결핍에 의한 돌연변이로, 100만 마리 중 한 마리꼴로 태어나는 희귀한 사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제주에는 원래 까치가 서식하지 않았으나 1980년대 말 이후 육지에서 들여온 개체가 정착하면서 천적이 적고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 번식해 현재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개체 수 증가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자 제주도는 까치를 유해야생조수로 지정해 포획과 둥지 제거 등 개체 수 조절을 병행하고 있으며 피해 방지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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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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