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딱 제철인 '국민 생선', 의외로 초콜릿 먹인 녀석이 제일 맛있습니다

2025-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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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으로 맛과 신선도를 높이다
식품 부산물로 만드는 미래 양식업

11월 제철 국민 생선인 방어에 초콜릿을 먹이면 색이 선명하게 유지되고 비린내가 줄어든다고 한다. 다소 의외의 조합이지만, 생선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들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기발한 시도가 양식업계에서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대방어 회 / 연합뉴스
대방어 회 / 연합뉴스
유튜브, 위키트리

일본에서는 초콜릿뿐 아니라 감귤 껍질, 버섯 추출물 등 다양한 식품 부산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어류의 맛과 신선도를 높이는 ‘에코 피드(Eco-Feed)’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는 지속 가능한 양식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초콜릿을 먹은 방어라니, 도대체 무슨 맛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초콜릿 방어가 단맛이 나는 건 아니다. 일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어 사료에 초콜릿을 배합해 급여하면 어육의 품질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 그 비결은 초콜릿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이다. 폴리페놀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방어 살의 붉은색을 내는 색소(미오글로빈 등)가 산화돼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준다.

일반 방어(위), 초콜릿 배합 사료를 먹인 방어(아래). 두 방어 모두 출하 20일 전 상태. / 에히메현
일반 방어(위), 초콜릿 배합 사료를 먹인 방어(아래). 두 방어 모두 출하 20일 전 상태. / 에히메현

이 덕분에 초콜릿 사료를 먹은 방어는 일반 방어보다 최대 5일가량 선명한 붉은색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신선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바로 이 색상이다. 또 비린내의 주 원인인 지방 산화를 폴리페놀이 억제하면서 불쾌한 냄새가 크게 줄어든다. 덕분에 풍미는 한층 깔끔하고 신선해진다. ‘색상 유지’와 ‘비린내 저감’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잡은 초콜릿 방어는 고급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콜릿을 넘어 과일 껍질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 일본 에히메현 등 감귤 생산지에서는 대량으로 발생하는 주스 찌꺼기를 양식 사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다. 출하 전 2주 동안 방어 사료에 귤이나 이요깡(伊予柑) 주스 찌꺼기를 섞어 먹였더니 비린내가 줄고 살코기의 갈변 현상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심지어 살 속에 은은한 감귤 향이 배어 풍미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이 독특한 생선은 ‘귤 생선’으로 불리며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자 역시 사료 첨가제로 주목받고 있다. 유자 껍질의 리모넨과 항산화 물질은 비린내를 줄이는 동시에 상큼한 향을 더해준다. 일본의 초밥집에서는 이런 유자 향 생선을 활용해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과일을 사료로 쓰는 방식은 신선도와 색상 개선을 넘어 생선 자체의 향미를 업그레이드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초콜릿과 감귤류 외에도 양식 어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 버섯 추출물은 항산화 작용으로 방어의 살이 갈변하는 속도를 늦추고 지방 산화를 억제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효과를 보였다. 식품 폐기물을 줄이면서도 생선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다.

유튜브, KBS News

또 식품 부산물로 키운 곤충 유충을 사료 원료로 사용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곤충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 어분(생선 가루)을 대체할 수 있으며, 넙치나 조피볼락의 성장과 면역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런 ‘에코 피드(Eco-Feed)’ 개발은 단순히 생선을 더 맛있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식품 폐기물 감축과 사료 자급률 향상, 나아가 지속 가능한 양식 시스템 구축이라는 목표로 이어진다. 환경 보호와 경제성, 그리고 소비자 만족까지 모두 잡은 셈이다.

올겨울 제철 방어를 맛볼 때, 혹시 그 생선이 초콜릿이나 귤 껍질을 먹고 자란 ‘특별한 방어’일지도 모른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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