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치맥 회동’ 뒤에 가려진 진실?…나경원 GPU 확보에 '쓴소리'
2025-11-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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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GPU 26만장 확보, 정부가 성과 가로채면 안 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3일 SNS를 통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카드) 26만장 한국 공급 계획을 두고 “민간 기업의 성과를 정부가 포장하는 것은 성과위조이자 도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APEC 기간 지예은, 이재용, 정의선 등 주요 기업인들이 회동 후 GPU 공급 계획이 공개된 상황을 두고 나온 것이다.
나 의원은 “이번 APEC에서 최고 성과는 민간에서 나왔다”며 “정부가 이를 자화자찬하며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GPU 확보에 따른 후속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PU 한 개당 예상 소비전력이 약 1.4kW이며, 26만장이면 총 400MW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고성능 GPU를 운영하려면 데이터센터 고밀도 랙, 첨단 수랭·액침 냉각, 고속 네트워크 인프라까지 갖춰야 한다”며 “이는 신고리 1호기나 새울 1호기 원자로가 반년에서 1년 내내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또 GPU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전력 공급망과 서버, 네트워크 구축에 막대한 투자와 시간,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 시절 GPU 5만개 확보 공약은 이런 생태계와 운영 전략이 없어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이제 GPU 확보 기회를 정부가 허투루 다루면 안 된다”며 AI 인력 양성, 연구개발, 산업 규제 개선, 노동 유연화 등 구체적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축소로 전력 인프라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점도 문제 삼았다.

나 의원은 또 미국과의 반도체 협상 결과에 대한 정부 발표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를 합의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한국 대통령실은 ‘불리하지 않게 적용’이라고 주장하는 등 입장 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쌀과 소고기 등 민감 분야 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미국 측은 100% 개방에 동의했다고 강조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일부 방어했다고 발표해 상반된 입장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투자 규모 역시 혼선이 있다는 지적이다. 나 의원은 “한국 정부는 연간 200억~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대미 지급 3,500억 달러라고 발표했지만, 미국 측은 한국이 9,5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주장한다”며 “정부 발표의 거의 3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나 의원은 “협상 타결을 홍보하기보다 구체적 실행계획과 투자, 연구, 규제 철폐 등 실질적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며 “모든 부담이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PU가 무엇인지 쉽게 알려드립니다*
최근 정치권과 경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GPU’.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래픽카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수 있다. 게임용 컴퓨터에서 3D 그래픽을 부드럽게 보여주거나 영상 편집을 빠르게 해주는 장치로 알려진 바로 그 GPU다. 하지만 뉴스에서 언급되는 GPU는 단순히 게임용이 아니라,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계산을 수행하는 핵심 장치를 뜻한다.
GPU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한 번에 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학습, 이미지 분석, 자율주행, 금융 계산 등에서 필수적이다. 쉽게 말하면, CPU가 여러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손님 맞이 접수 직원’이라면, GPU는 수백 명의 직원이 동시에 계산 업무를 처리하는 ‘대형 콜센터’와 같다.
또 GPU는 연산 성능이 강력한 만큼 전력 소모도 크다. 하나의 GPU가 사용하는 전력이 1~2kW 수준으로, 데이터센터 수만 대가 동시에 가동되면 상당한 전력과 냉각 설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경원 의원이 언급한 ‘GPU 26만장 확보’ 논란은 단순히 장치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이를 운영할 인프라와 전력, 투자 계획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문제를 의미한다.
한편, 산업용 GPU는 단순한 PC 그래픽카드보다 훨씬 더 고가이고 전문적이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AI 모델을 개발할 때 필수적으로 쓰이며, 이를 통해 대규모 계산, 딥러닝 학습, 데이터 분석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즉, GPU는 AI 산업과 디지털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 장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GPU 뉴스가 나올 때는 단순히 컴퓨터 성능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및 투자 계획까지 연결되는 문제임을 이해해야 한다. 일반 가정용 PC에서 보는 그래픽카드와 이름은 같지만, 산업용 GPU는 훨씬 더 큰 규모와 의미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