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조심 강조의 달, 설마의 순간을 막는 힘
2025-11-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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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마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비치하자.
- 소화기 한 대, 감지기 하나가 생명을 구한다.
- 사용법을 가족이 함께 익혀야 한다.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가을이 깊어가며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감돈다.
거리엔 겨울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고, 이맘때면 어김없이 “불조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35년 동안 현장에서 수많은 화재를 마주하며 깨달은 것은 하나다. 화재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준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소방청은 매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전국적으로 화재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기간은 건조한 날씨와 난방기 사용 증가로 인한 화재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 모두가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 전체 화재 약 41만여 건 중 18%가 주택에서 발생했고, 같은 기간 화재 사망자의 46%가 주택화재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집’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특히 겨울철(12~2월)은 인명피해 비율이 가장 높고, 난로·전기히터·전기장판 등 전열기기 화재가 집중된다. 그럼에도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율은 소방청 기준 2020년 전국 평균 35.4%에 머물러 있다. 결국 많은 가정이 여전히 화재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현실이다.
현장에서 불길이 남긴 말은 늘 비슷했다. “설마 불이 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화재는 언제나 그 ‘설마’의 순간을 노린다.
‘불조심 강조의 달’은 그 설마의 순간을 막기 위한 약속이자, 우리 모두가 일상 속 안전을 되돌아보고 실천을 다짐하는 기간이다.
가정마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비치하자. 소화기 한 대, 감지기 하나가 생명을 구한다. 소화기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사용법을 가족이 함께 익혀야 한다. 감지기는 잠든 사이 화재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든든한 파수꾼이다.
또한 난방기구와 전기제품의 안전점검을 생활화하자. 전기장판이나 콘센트는 사용 후 전원을 차단하고, 문어발식 사용은 피해야 한다. 화목보일러는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이와 함께, 가족과 함께 화재 대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해보자. 생활 속 위험 요인을 직접 확인하고 점검하는 작은 행동이 가장 확실한 예방이다. 또한 주택 앞 골목길의 소방차 진입로 확보나 배수로 정비처럼,
우리 동네의 안전 환경을 함께 살피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불조심 강조의 달’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모두가 참여하는 안전문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35년의 현장에서 배운 교훈은 하나다. ‘예방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소방’이라는 사실이다. 불은 삶을 편리하게 하지만, 방심하는 순간 재앙이 된다.
작은 점검과 사소한 실천이 모여 화재를 막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올겨울, 우리 모두의 가정이 ‘따뜻함은 남고, 위험은 사라지는 겨울’이 되길 바란다.
김해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소방령 하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