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왔던 중동 국가 왕세자가 본국으로 '포장'까지 해갔다는 '김치 요리'
2025-11-0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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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왕세자, 부산 호텔 볶음김치에 감탄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랍에미리트(UAE) 대표단이 호텔에서 제공한 볶음김치에 반해 본국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 일화는 한식이 외교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사례로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부산 호텔업계에 따르면, UAE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는 지난달 30일 부산에 도착해 부산 아난티 코브 프레지덴셜 스위트(PRS)에 투숙했다. 국내 최대 규모 객실로 알려진 이 스위트는 무려 460평(1540㎡)에 달한다. 왕실과 대표단은 호텔에서 제공한 다양한 한식 메뉴 중 볶음김치를 특히 마음에 들어 했다.

호텔 관계자는 “대표단이 ‘김치에 어떤 비밀 재료가 들어가냐’고 농담처럼 묻자, 담당 직원이 ‘정성(a lot of heart)’이라고 답했다”며 “직원 모두가 정상 외교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볶음김치를 맛본 대표단은 본국으로 가져가고 싶다며 포장까지 요청했고, 이에 호텔 측은 대량 진공 포장해 선물로 제공했다.
볶음김치는 단순한 맛 이상의 건강 효능으로도 주목된다. 김치는 배추와 고춧가루, 마늘 등 발효 재료를 사용해 소화 기능을 돕고 장내 유익균 증식을 촉진한다. 여기에 볶음 과정을 거치면 일부 향미 성분이 강화돼 식욕을 돋우는 동시에,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조리 과정에서도 비교적 잘 유지된다. 특히 고온에서 살짝 볶아 내는 방식은 위 부담을 줄이면서도 김치 특유의 맛과 향을 살려, 해외 손님들에게 한식의 깊은 풍미와 건강함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과 칼리드 왕세자는 지난달 31일 회동에서 국방·방산, 투자, 에너지에 이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국이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는 관계를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 분야로 확장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UAE는 1980년 공식 수교 이후 경제, 군사,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어왔다. 2009년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번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UAE 대표단이 보여준 한식에 대한 관심과 감탄은, 외교 현장에서 음식과 문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현장 관계자들은 “단순한 맛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외국 정상과 대표단에게 한국의 음식 문화와 환대 정신을 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식이 외교 현장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동시에, 국가 간 신뢰와 우호 관계 강화에도 작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의미 있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