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영수증 드릴까요?"라고 물으면, 무조건 거절하세요

2025-11-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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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종이 영수증, 사실은 ‘보이지 않는 독’

마트 계산대나 카페 영수증을 손에 쥘 때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종이 영수증에는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이 숨어 있다. 바로 ‘비스페놀A(Bisphenol A, BPA)’라는 성분이다.

BPA는 플라스틱을 단단하게 만드는 화학 첨가제지만,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 때문에 감열지(thermal paper)에도 널리 쓰인다. 우리가 흔히 받는 종이 영수증 대부분이 이 감열지로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이 물질이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 ‘비스페놀A’는 왜 위험한가

비스페놀A는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일종으로, 인체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로 들어오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며,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이미 BPA를 인체 유해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했다.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 청소년처럼 호르몬 변화가 활발한 시기에는 더욱 위험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간 BPA에 노출된 실험동물에서 생식기 이상, 갑상선 기능 저하, 대사 장애 등이 보고되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zzuanroslan-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zzuanroslan-shutterstock.com

◆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흡수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영수증을 잠깐 만지는 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BPA는 쉽게 피부를 통과하는 물질이다. 2019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수행한 실험에 따르면, 종이 영수증을 2분 이상 손에 쥐고 있으면 BPA가 혈류에서 검출될 정도로 흡수됐다. 손에 로션이나 땀이 묻어 있으면 흡수율은 10배 이상 높아졌다. 즉, 카페에서 영수증을 받아 손에 쥐거나, 계산 후 주머니에 넣는 행위만으로도 BPA가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 직업군에 따라 위험도 다르다

영수증을 자주 다루는 직업군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노출 위험에 놓여 있다. 편의점, 마트, 카페, 음식점 등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은 하루에도 수백 장의 영수증을 만진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서는 이런 종사자들의 소변에서 일반인보다 3~5배 높은 BPA 농도가 검출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내분비계 이상뿐 아니라 당뇨병, 비만, 심혈관 질환과의 연관성도 지적되고 있다.

◆ ‘종이’라는 착각, 환경에도 부담

종이 영수증은 단순히 건강 문제를 넘어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BPA가 포함된 영수증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일반 폐지와 섞이면 오히려 전체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려 다른 종이 제품 생산에도 악영향을 준다. BPA는 분해되지 않고 물이나 토양으로 스며들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따라서 “종이니까 괜찮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fadfebrian-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fadfebrian-shutterstock.com

◆ 전자 영수증이 안전한 대안

최근 정부와 대형 유통업체들은 전자 영수증 도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문자나 앱으로 발급받는 전자 영수증은 BPA 노출 위험이 없고, 종이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종이 영수증 발급을 기본적으로 중단하고, 고객 요청 시에만 출력하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개인 소비자도 멤버십 앱이나 포인트 카드를 연동해 전자 영수증으로 전환할 수 있다.

◆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대처하자

만약 불가피하게 종이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면, 가능한 한 맨손으로 직접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집게나 장갑을 이용하거나, 다른 물건을 통해 받는 것도 방법이다. 영수증을 주머니나 가방 속에 오래 넣어두지 말고 바로 버리는 습관을 들이자. 아이가 영수증을 장난감처럼 만지는 것도 절대 피해야 한다. 손에 닿았다면 곧바로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비누로 꼼꼼히 세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 어린이·임산부는 특히 조심해야

아이들은 성인보다 피부가 얇고 흡수율이 높다. BPA는 호르몬 작용을 방해해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가 종이 영수증을 만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임산부 역시 태아의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와 임산부가 있는 가정에서는 전자 영수증 사용을 생활화하고, 불필요한 영수증 수거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작은 습관이 건강을 지킨다

종이 영수증은 작고 가벼운 일상용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체와 환경을 위협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숨어 있다. 정부 차원에서 BPA가 없는 친환경 감열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영수증이 BPA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개인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계산대 앞에서 “영수증 안 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작은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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