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운전자에 치어 죽은 쌍둥이 아빠가, 바로 제 남편입니다”
2025-11-0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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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처벌 강화해도 여전한 사고들
만취운전 차량에 아들이자 남편이었던 가족을 잃은 이들이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3일 MBC는 고 이종희 씨 유가족 인터뷰를 보도했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7일 밤, 인도를 걷던 36살 이종희 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SUV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했고, 그는 그대로 사고를 당했다. 쌍둥이 임신 6주 차 아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아이들 낳으면 같이 열심히 살아보자고 진짜 좋아하고 기뻐했는데. 진짜 하루 종일 입이 귀에 걸려 있었거든요.”
남편을 잃은 아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50대 남성이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2%, 면허 취소 기준의 두 배가 넘는 만취 상태였다. 인도 위를 걷던 이종희 씨를 그대로 덮쳤다.
“누가 제 가슴을 칼로 째고 그 상처가 벌어져서 계속 찔리고 있는 것 같아요. 밥도 안 먹히고 아기들 위해서 먹어야 되는데 진짜 먹히지가 않아요.”
아내의 절규는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종희 씨의 어머니도 사고 현장을 방문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운명을 바꿀 수만 있다면 내가 가고 싶었어요. 대신에 우리 아들은 더 살고 많이 많이. 너무 아까워요 우리 아들이..."

◆ 윤창호법 이후에도 계속되는 음주 사고
음주운전 처벌은 분명 강화됐다. ‘윤창호법’ 시행 후 사망사고를 내면 무기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대부분 징역 5~8년 선에서 선고된다. 강남에서 음주운전 후 뺑소니로 배달기사를 숨지게 한 20대 여성, 그리고 이전에 음주로 적발돼 무면허였음에도 또다시 만취운전으로 2명을 숨지게 한 20대 남성 모두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은 강해졌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해마다 1만 건이 넘는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100명이 넘는 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7년 전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음주 살인’은 반복되고 있다.

◆ 단속보다 중요한 건 ‘사전 차단’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문제다. 한국의 회식 문화, ‘한 잔쯤은 괜찮다’는 관행, 그리고 음주 후 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반복 음주운전자 상당수는 알코올 의존, 충동조절 장애 등 정신의학적 문제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이런 유형의 운전자는 형벌보다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차량 시동 전에 운전자의 호흡 알코올 농도를 감지해 일정 수치를 넘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음주운전 차단 장치(ignition interlock)’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는 이 장치 도입 후 재범률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도 상습 음주운전자에게만이라도 의무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음주운전, 왜 멈추지 않나
한 번의 만취 운전이 한 가족의 삶을 무너뜨리지만, 사회는 여전히 관대하다. ‘한 잔 마셨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변명하고, 주변은 ‘택시비 아깝다’며 방조한다.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는 인식이 문제의 뿌리다.
고 이종희 씨 동생은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정말 지옥에 살게 될 것 같아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피해자의 고통은 매년 반복된다. 음주운전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그것은 의식적 선택이며 잠재적 살인 행위다.
◆ 근본 해법은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단속 강화와 기술적 장치의 의무화로 재범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알코올 의존자 대상 치료·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의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음주를 권하는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직장 내 음주 강요를 제재하고, 청소년기부터 음주의 위험성과 교통 안전의 상관성을 교육해야 한다. 언론과 사회단체는 피해자의 사례를 꾸준히 알리고, 시민이 스스로 신고·감시하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 “음주운전은 곧 살인입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교통 위반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을 잃게 하는 범죄다. 한 사람의 무책임한 선택이 다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앗아간다. 그 비극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 전체가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고 이종희 씨의 아내는 여전히 두 아이를 품고 남편의 부재 속에 버티고 있다.
“아이들 위해서 먹어야 되는데, 진짜 먹히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