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500마리 남았는데…놀랍게도 11월 되면 고창서 포착되는 '멸종위기' 동물

2025-11-04 09:15

add remove print link

행사와 보여주기를 넘어선 진정한 생태 복원

11월의 전북 고창은 특별한 손님을 맞이한다. 전 세계에 약 25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 ‘황새’가 매년 이 시기 고창갯벌을 찾아온다.

특이하게 생긴 황새 다리. / 국립생물자원관
특이하게 생긴 황새 다리. / 국립생물자원관

지난 3일 고창군은 ‘11월의 새’로 황새를 선정하며, 이 희귀 철새를 보호하고 갯벌 생태계의 가치를 알리는 캠페인에 나섰다. 이번 11월 ‘황새의 달’을 맞아 지역 주민과 함께 ‘갯벌 생태지킴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고창군은 황새를 직접 방사하거나 만지는 대신, 멀리서 지켜보며 기록하고 데이터로 남기는 시민참여형 모니터링을 확대할 계획이다.

황새는 동아시아 전역에 분포하는 대형 철새로,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돼 있다. 키 1m가 넘는 큰 체구에 새빨간 다리와 검은 부리, 눈처럼 하얀 깃털을 가진 위엄 있는 새다.

고창군 관계자는 "황새는 고창갯벌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라며 "앞으로도 멸종위기 철새 보호와 세계자연유산 고창갯벌의 생태적 가치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군이 '11월 고창갯벌 이달의 새'로 멸종위기 철새인 '황새Ciconia boyciana)'를 선정하고 희귀 철새 보호와 갯벌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전북 고창군이 '11월 고창갯벌 이달의 새'로 멸종위기 철새인 '황새Ciconia boyciana)'를 선정하고 희귀 철새 보호와 갯벌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황새는 왜 ‘11월의 새’로 불릴까

황새는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 등지에서 번식한 뒤, 겨울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의 습지나 논, 갯벌을 거쳐 이동한다. 그 경로 중 하나가 바로 전북 고창이다. 고창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풍부한 먹이자원과 안정된 서식환경을 갖추고 있다. 황새에게는 먹이활동과 휴식을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중간 기착지다. 실제로 고창에서는 매년 11월부터 이른 겨울까지 황새가 목격되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황새가 돌아오면 겨울이 시작된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황새는 주로 물고기, 개구리, 갑각류, 작은 포유류 등을 잡아먹으며, 갯벌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먹이사슬 균형을 유지한다. 학계에서는 황새가 서식하는 지역은 오염도가 낮고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지표로 본다. 고창군 관계자는 “황새가 매년 이곳을 찾는다는 것은 고창갯벌의 생태적 건강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국내 멸종’ 선언된 새, 다시 돌아오다

황새는 과거 우리나라 전역의 논과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한 산업화, 농약 사용,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했다. 1971년 마지막 야생 황새 수컷이 사냥으로 희생되면서 국내 멸종종으로 분류됐다.

이후 정부와 학계는 복원에 나섰다. 충북 예산군에서는 1996년부터 러시아와 일본에서 들여온 황새를 기반으로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 첫 야생 방사가 이뤄졌다. 현재는 예산을 비롯해 철원, 고창, 순천, 김해 등지에서 황새의 흔적이 확인되고 있다.

유튜브, 연합뉴스 Yonhapnews

복원의 상징에서 논란의 중심으로…김해 황새 폐사 사건

하지만 복원 노력 이면에는 관리 부실 논란이 계속된다. 지난달 김해시에서 열린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에서 방사된 황새 한 마리가 행사 도중 폐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해시는 당시 황새 세 마리를 방사했으며, 이 중 한 마리가 곧바로 숨졌다. 사망한 황새는 충북 예산에서 김해로 이송된 개체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었다.

문제는 방사 방식이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황새는 행사 시작 전부터 약 1시간 40분 동안 폭 30~40cm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었고, 당시 기온은 약 22℃였다. 행사장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차양막이 있었지만, 황새 케이지에는 그늘막조차 없었다. 이 때문에 과도한 직사광선과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해환경운동연합과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 변호사들’은 “공공행사를 위해 천연기념물을 전시용으로 동원한 것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자 동물학대 행위”라며 홍태용 김해시장과 관련 공무원, 국가유산청장, 수의사, 사육사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화려한 자태 뽐내는 천연기념물 황새 가족. / 뉴스1
화려한 자태 뽐내는 천연기념물 황새 가족. / 뉴스1

반복되는 멸종위기종 방사 관리 부실

전문가들은 이번 황새 폐사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복원 과정에서 유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방사 과정 중 멸종위기종 여우가 회귀 도중 사망했고, 반달가슴곰의 관리·이송 과정에서도 사망 및 방치 논란이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복원 사업이 행정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동물복지와 현장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다고 지적한다.

정지현 변호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을 공공행사에 동원하면서 적정한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기관 간 책임 회피가 반복된다면 복원 자체의 신뢰도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보여주는 복원 아닌, 살아 숨 쉬는 복원으로

전문가들은 황새 복원이 단순히 행사용 방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생태적 복원은 인간의 시선을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서식지의 복원을 통한 공존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진영 김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비인간 생명체를 전시의 대상으로 삼는 관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또 다른 황새의 희생은 반복될 것”이라며 “복원은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생태계와 함께 사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눈에 구별하는 법…'백로' '두루미' '황새' '왜가리' 차이 정리

백로, 두루미, 황새, 왜가리 차이 정리. / 위키트리
백로, 두루미, 황새, 왜가리 차이 정리. / 위키트리

백로, 두루미, 황새, 왜가리는 모두 다른 종의 새다. 겉모습이 흰색 계열이라 헷갈리기 쉽지만, 마치 소와 말이 다른 동물인 것처럼 분명히 구분된다.

우선 깃털 색이 온통 흰색이라면 대부분 백로류로 볼 수 있다. 반면 두루미와 황새는 흰색 몸통에 검은 꽁지와 날개깃이 특징이다. 두루미는 머리 꼭대기에 붉은 반점이 있는데, 이 점 때문에 ‘단정학’이라 불린다. 여기서 ‘학’은 두루미의 한자식 표현이다.

황새는 얼핏 두루미와 비슷하지만 머리에 붉은 반점이 없고, 목 주변이 검지 않다. 부리가 두루미보다 두껍고 눈 주위가 붉게 보이며, 몸집은 두루미보다 약 30cm 정도 작다.

왜가리는 백로와 자주 함께 서식하지만, 색깔과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등은 회색이고 배는 흰색이며, 날개 끝은 검은빛을 띤다. 몸집은 백로보다 훨씬 크다. 복원사업 중인 황새를 제외하면 황새는 대부분 겨울철에 나타나는 철새이며, 두루미 역시 겨울철새다. 반면 백로와 왜가리는 여름철새로, 온난화 영향으로 최근에는 남쪽 지방에서 겨울을 나는 왜가리도 늘었다.

백로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겨울에 순백색 깃털을 가진 새를 본다면, 러시아에서 월동을 위해 날아온 대백로일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백로, 두루미, 황새, 왜가리. / 뉴스1, 국립생물자원관
(왼쪽부터)백로, 두루미, 황새, 왜가리. / 뉴스1, 국립생물자원관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