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공개…멸종위기 동물 우르르 발견된 길이 442m '국내 희귀 동굴'
2025-11-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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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제주 국가유산방문의 해' 맞아 특별 개방돼
                    
                                    
                약 2만 년 전 한라산 백록담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만들어낸 동굴 '구린굴'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구린굴은 관음사 탐방로 인근 해발 700m 지점에 자리한 길이 442m의 용암동굴로, 지금껏 개방이 안됐다. 다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2025 제주 국가유산방문의 해'를 맞아 오는 구린굴을 민간에 특별 개방하고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어른 키만 한 크기의 입구를 지나면, 굴 내부가 드러난다. 천장이 얇고 곳곳이 무너져 내린 곳에서 햇빛이 들어오기도 하고 빗물이 흘러 하천이 형성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용암동굴이 해발 200~400m 사이 평지에서 오름이 분출하며 만들어진 대부분의 다른 동굴과 다르게 고지대에 형성됐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길이는 4m 정도로 짧지만 일부 구간은 2층 구조를 띠고 있는 등 다양한 비경을 연출한다.
구린굴은 과거 석빙고로 이용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주변에는 옛 집터와 숯가마터의 흔적도 남아 있다.

동굴 안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긴날개박쥐와 유럽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관박쥐 등 약 1500마리의 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쥐가 많이 사는 곳이니 만큼 일부 구간 바닥에는 박쥐 배설물이 쌓여있었다고 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붉은박쥐(일명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언론 공개에서는 개체수가 적어 관찰되지는 않았다.
구린굴 특별 탐방은 오는 15일까지 매주 두 차례 구린굴 탐방 사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 용암동굴이란?
용암동굴은 화산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독특한 지질 구조물로, 지구상 여러 화산섬과 용암지대에서 관찰된다. 용암이 분출돼 지표를 따라 흘러내릴 때, 외부는 급격히 식어 단단한 껍질을 형성하고 내부의 용암은 계속 흐르며 이동한다. 이후 내부의 용암이 모두 빠져나가면 비어 있는 공간, 즉 '용암동굴'이 남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수천 년 동안 반복돼 다양한 형태의 동굴계와 복잡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용암동굴의 가장 큰 특징은 형성 재료가 석회암이 아닌 현무암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석회동굴이 물의 용식 작용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용암동굴은 짧은 시간 내에 화산활동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동굴 벽면은 거칠고 검은색을 띠며, 때로는 유리질의 광택이 남아 있다. 내부에는 용암이 흐르며 생긴 독특한 흔적들이 발견되는데, 대표적으로 '용암선반', ‘용암폭포', '용암두루마리' 등이 있다. 이는 냉각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도차와 점성 변화로 인해 용암이 흘러내리거나 말려 올라가며 생긴 구조물이다.
또한 용암동굴은 내부의 공기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두꺼운 암석층이 외부의 기온 변화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동굴 내에는 박쥐나 곤충류 등 특정 생물종이 서식하며, 생태적으로 독립된 환경을 이루기도 한다. 일부 동굴에서는 용암이 다 식은 뒤에 지하수나 빗물이 스며들면서 종유석, 석순과 같은 2차 생성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물며, 주로 화산재와 물이 함께 작용할 때만 나타난다.
형태에 따라 용암동굴은 여러 종류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단일통로형 용암동굴은 하나의 주 통로로 용암이 흘러 형성된 단순 구조이며, 분기형 동굴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복잡한 형태를 가진다. 또 '수직형 용암정'은 용암이 아래로 떨어지며 뚫어낸 굴로, 폭포처럼 생긴 구조를 이룬다. 이외에도 용암의 점성, 냉각 속도, 지형 경사에 따라 크기와 구조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