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말 많은 회사인데... 유명 아동복에 '성행위 문구' 논란

2025-11-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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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옷에 그런 문구를 넣다니 정신이 있나”
편법 증여 의혹에 승계 위한 상장폐지 논란도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 신성통상 홈페이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 신성통상 홈페이지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아동복 브랜드 탑텐키즈가 제품에 외설 문구를 새겨 넣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외부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인 까닭에 협업 과정에 대한 검수가 부실한 게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제품은 일러스트 작가 차윤아트와 협업한 '유아 차윤아트 플리스 셋업-핑크'다. 상의에 양말에 들어간 토끼 그림과 함께 '컴 인사이드 미(come inside me)'라는 영어 문구가 인쇄됐다.

'컴 인사이드 미'는 명백한 성적 의미를 지닌 표현이다. '컴'은 성적 절정을 의미하는 속어로 사용되며, '인사이드 미'와 결합할 경우 성관계 중 절정을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노골적인 표현이 된다.

해당 문구는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성인 콘텐츠나 성적 맥락에서 주로 쓰인다.

아동복에 이런 문구를 새긴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구의 성적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이 이를 입고 다니게 된다는 점에서 아동 보호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 사진이 확산되자 부모들은 즉각 분노했다. "아이 옷에 이런 문구를 넣다니 정신이 있는 건가", "검수는 대체 누가 한 건가"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신성통상의 기업 윤리와 품질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탑텐키즈는 논란이 불거지자 즉시 온·오프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제품 전량 회수 절차를 진행했다. 브랜드 측은 "문구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브랜드 책임"이라며 "전 제품 디자인·문구 검수 절차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신성통상의 협업 제품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아동복이라는 특성상 더욱 철저한 검수가 필요함에도 외설적 문구가 그대로 제품화됐다는 점에서 회사의 품질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의류 업체로서 협업 제품에 대한 검수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기업의 책임 의식 결여를 보여준다는 비판이다.

협업 작가 차윤아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구가 부적절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작업한 것은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이어 "아이들이 입는 옷이라는 점에서 더 세심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차윤아트는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표현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됐다"며 "이번 일을 통해 창작에 대해 다시 한 번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는 제가 만드는 모든 작업이 더 많은 분들께 긍정적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더 신중히 임하겠다"며 "이번 일로 마음이 불편하셨을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업계에선 협업 과정에서 단순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협업 구조 전반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말이 나온다. 아동복이라는 민감한 품목에서 이 같은 실수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설 문구가 적힌 문제의 아동복.
외설 문구가 적힌 문제의 아동복.

이번 논란은 신성통상이 최근 상장폐지를 단행한 상황에서 발생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성통상은 지난 9월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신성통상은 올젠, 지오지아, 앤드지, 탑텐, 에디션, 폴햄 등 패션·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중견그룹이다.

신성통상의 상장폐지는 창업주인 염태순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상장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을 통한 지배구조 속에서 염상원 전무는 가나안 지분 82.43%를 보유하며 신성통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염태순 회장은 에이션패션 지분 53.3%를 갖고 있다.

상장폐지로 외부 감시와 소액주주 견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번 아동복 외설 문구 논란이 터지면서 비상장 기업의 품질 관리 및 윤리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성통상은 현재 염태순 회장 일가를 둘러싼 배임·횡령 혐의와 편법 증여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올해 신성통상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수사의 발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이다. 염태순 회장이 세 딸에게 각각 4%씩 증여한 지분 중 일부가 불과 3개월 만에 가나안에 매각된 사실이 문제가 됐다. 또한 염상원 전무가 1992년생으로 불과 19세였던 2011년에 가나안 지분 80% 이상을 확보한 과정에서도 편법 증여 및 조세 회피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염태순 회장 일가의 배임·횡령 혐의, 편법 증여 및 불공정거래 여부, 소액주주 권익 침해 등을 조사 중이다. 국세청도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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