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따뜻하다… 올겨울 전기매트 켜기 전 꼭 알아야 할 것
2025-11-09 16:12
add remove print link
겨울 전기매트 체크리스트
한파 시즌이 다가오면서 전기 매트를 사용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달라졌다. 잠깐만 창문을 열어도 손끝이 시릴 만큼 쌀쌀하다. 여름 내내 장롱 깊숙이 들어가 있던 전기매트와 장판이 다시 하나둘씩 꺼내지는 시기다. 퇴근 후 따뜻한 매트 위에 누워 있는 시간은 짧은 가을과 긴 겨울 사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계절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계절용 전기매트는 1년 중 고작 서너 달만 쓰는 물건이다. 그래서 대부분 몇 년씩 묵혀둔 채 먼지와 눅눅함이 남은 상태로 다시 전원을 켜는 경우가 많다. 전선이 낡았는지, 열선이 눌려 있는지도 모른 채 플러그를 꽂는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이런 제품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요즘은 세탁이 가능한 전기담요나 방수 기능이 있는 매트도 많지만 모든 제품이 그렇지는 않다. 한철 쓰고 넣어두는 동안 습기나 이물질이 스며들어 누전이 생기기 쉽고 피복이 갈라지면 열선이 공기와 맞닿아 불꽃이 튈 수 있다.
실제로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전기장판·전기담요·전기방석 등 계절용 전열기기로 인한 화재는 229건 발생했다. 대부분이 겨울철 난방용 제품을 오랜 시간 켜둔 채 방치하거나 접힌 상태로 보관 중 과열이 일어난 경우였다. 사용 중 피복이 벗겨지거나 조절기 접점이 손상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오래된 매트보다 ‘관리된 매트’가 안전하다
전기매트 화재는 낮보다 밤, 특히 잠든 사이에 발생해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열선 과열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초기 진화를 놓치기 쉽고 작은 불꽃 하나가 순식간에 침구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전기매트 사용 전에는 반드시 전원선이 꼬여 있거나 눌린 자국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플러그가 헐겁거나 녹은 흔적이 있다면 바로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매트 표면에 불룩하게 솟은 부분이나 열선 자국이 비치는 제품은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런 상태는 내부 열선이 손상됐거나 피복이 벗겨진 신호로, 전류가 한곳에 집중돼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침대에서 전기매트를 사용할 때는 ‘라텍스 매트리스’ 위에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기매트 화재의 상당수가 라텍스 위에서 발생했다. 라텍스는 열을 머금는 성질이 강해 온도가 빠르게 오르고, 열이 축적돼 내부 온도가 150도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
실제로 부산소방재난본부의 실험에서도 라텍스 베개 위 전기매트를 약 3시간 가동하자 연기와 불꽃이 발생했다. 라텍스 매트리스를 쓴다면 전기매트는 피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꼭 사용해야 한다면 온도를 낮게 설정하고, 장시간 켜두지 않으며 사용 후에는 반드시 전원을 끄는 게 원칙이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보관법이다. 전기매트는 접어서 보관하면 안 된다. 열선이 구부러지면 단선이나 합선이 일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이 끝나면 완전히 식힌 뒤 말아서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공간 활용도 좋고 먼지나 습기 유입도 줄일 수 있다.
온도조절기의 위치도 중요하다. 조절기를 전기매트 위에 올려두면 전기매트 열기가 그대로 전달돼 기기 과열로 이어진다. 조절기의 플라스틱이 녹거나 내부 전선이 손상되면 화재 위험이 커지므로 조절기는 항상 바닥에 두고 통풍이 잘되는 위치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기매트 사용 시 간과하기 쉬운 또 다른 위험은 저온화상이다. 피부가 직접 닿은 채 오랜 시간 일정 온도에 노출되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진피층이 서서히 손상된다. 취침 시에는 매트 위에 얇은 담요나 이불을 한 겹 깔고 직접 피부가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 좋은 전기매트, 이렇게 고르자
전기매트를 새로 구입할 때는 반드시 KC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고르고 자동 과열 차단 기능이 탑재된 조절기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좋다. 전원을 켠 채 접거나 무거운 이불을 덮으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 과열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자동 과열 차단 기능이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스스로 전원을 차단해주는 기능으로, 특히 취침용 매트를 고를 때는 반드시 필요한 안전 장치다. 타이머 기능이 포함된 제품이라면 장시간 사용 중에도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물세탁 가능한 매트나 난방선이 아닌 탄소섬유 발열체를 사용한 제품도 늘고 있다. 이런 신소재 매트는 열이 고르게 퍼져 국부적인 고온 현상이 적고 상대적으로 화재 가능성도 낮다. 다만 세탁 시에는 반드시 조절기와 분리한 뒤 완전히 말린 상태에서 전원을 연결해야 한다.

전기매트는 아무리 안전한 제품이라도 사용 연한은 평균 3~5년이다. 열선이 반복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겪으면서 피복이 마모되기 때문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열이 일정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현명하다.
올겨울 전기매트를 켜기 전 콘센트를 꽂기보다 먼저 점검부터 하는 습관이야말로 진짜 ‘안전난방’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