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귀한 생선인데…“XX 타는 냄새” 일본인들은 무서워서 못 먹는 물고기

2025-11-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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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 회, 무침, 초밥 등으로 활용

일본에서는 이 생선을 절대 구워 먹지 않는다. 굽는 순간 시체를 태우는 듯한 냄새가 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손가락보다 작은 이 생선이 최고급 생선 자바리보다 몇 배 비싸기도 하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 뉴스1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 뉴스1

바로 ‘전어’ 이야기다.

가을이면 전어가 제철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구운 전어 냄새는 유명하다. 전국 유명 산지에서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전어 대가리엔 깨가 서 말’이라는 표현이 생겨난 것도 그 고소한 맛 덕분이다.

전어라는 이름에는 여러 설이 있다. 조선 후기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한성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고 먹는다 하여 ‘돈 전(錢)’ 자를 썼다고 기록했고,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누구나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어 전어라 불린다고 설명했다. 이름의 유래는 달라도 ‘맛있는 생선’이라는 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에서는 전어가 성장하면서 이름이 바뀌는 대표적인 출세어다. 5cm 미만의 치어는 ‘신코’, 5~10cm는 ‘코하다’, 10~15cm는 ‘아카즈미’, 그 이상 자란 건 ‘코노시로’라 불린다. 같은 생선을 성장 단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일본 특유의 방식이다.

전어 회 자료사진 /  dandan0620-shutterstock.com
전어 회 자료사진 / dandan0620-shutterstock.com

국내 전어는 대부분 연안에서 서식하며, 특히 서해와 남해 연안에 많이 잡힌다. 대표 산지는 경남의 삼천포, 하동, 통영이며, 전국 어획량의 절반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진해만에서 잡히는 크고 통통한 가을 전어는 ‘떡전어’로 불리며, 지금은 전국적으로 ‘큰 전어’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한때는 전남 광양 망덕포구도 품질 좋은 전어 산지로 이름을 날렸다. 섬진강을 끼고 있어 은어가 찾는 수역이기도 한 이곳은 전어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다른 산지에서 ‘망덕포 전어’ 이름을 도용해 팔기도 했을 정도였다. 서해안에선 전북 부안, 충남 서산·서천 등이 유명 산지다. 특히 서천의 홍원항에서는 매년 전어 축제가 열린다. 인천과 강화까지 가을이면 서해안 전역에서 전어가 쏟아진다.

동해안에서도 전어는 잡히지만 양이 적고 품질은 전국에서 가장 떨어진다. 크기는 가장 크지만 기름기가 거의 없고, 뼈는 단단하며 껍질도 질기다. 다른 지역과 달리 동해안에서는 전어가 메인 어종이 아닌, 다른 고기를 잡다 함께 걸려오는 정도의 생선으로 취급받는다.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전어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난류성 어종이다. 산란은 주로 봄철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이루어지고, 산란 후 여름엔 먼바다로 나갔다가 가을에 다시 연안으로 돌아온다. 이 시기에 잡히는 전어가 바로 가을 전어로, 기름이 오르기 시작하는 이 시기 전어가 가장 맛있다고 평가받는다.

성장하면 30cm까지 자라며, 최대 수명은 7년에 달한다. 전어는 외형이 청어나 밴댕이와 비슷하지만, 등지느러미 뒤쪽 한 가닥 돌기, 비늘에 박힌 검은 반점, 가슴 부위의 특징적인 점 등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전어 구이 자료사진 / Johnathan21-shutterstock.com
전어 구이 자료사진 / Johnathan21-shutterstock.com

전어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한 생선이다. 산소 요구량이 많아 멈추면 바로 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어 수조는 대부분 원형이다. 원형 수조는 전어가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돕는다. 실제 시장에서는 살아 있는 전어가 수조 안에서 끊임없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조의 형태는 로스(손실)와 직결되기 때문에 어시장이나 횟집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거 해안 지역에서는 전어가 너무 흔해 다른 생선 살 때 덤으로 얹어주기도 했다. 현지 소비가 안 되면 헐값에 팔거나 버려지기도 했고, 운송 기술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엔 내륙으로의 유통이 어려워 가격이 낮았다. 그러나 요즘은 어획량 감소와 계절성 수요로 가격이 상승해 더는 저렴한 생선이라 보기 어렵다.

최근 몇 해 동안 전어 어획량은 크게 줄었다. 한때는 수온 상승으로 물량이 늘었지만, 작년부터 다시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전어 축제가 무산되기도 했다. 어획량이 줄면서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과거엔 양식 전어도 많이 유통됐으나, 자연산 물량이 많아지면서 양식 전어는 시장에서 밀려났다. 수요는 계절에 집중되지만, 자연산이 시장을 점유하면서 양식 어가는 줄어들었다. 현재 전어 양식은 주로 가을 출하를 목표로 이뤄지며, 대부분 5월에 치어를 방류해 10월 출하한다.

전어 초밥 자료사진 / THANAN KONGDOUNG-shutterstock.com
전어 초밥 자료사진 / THANAN KONGDOUNG-shutterstock.com

전어는 구이, 회, 무침, 초밥 등으로 소비된다. 뼈째 썰어 먹는 ‘새꼬시’가 유명하며, 전어 무침은 매콤한 양념과 잘 어울린다. 다만 회로 먹을 경우, 비브리오 패혈증에 주의가 필요하다. 전어는 기수역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아 세균 감염 위험이 있다.

젓갈로도 전어는 활용된다. 전어 새끼로 담근 ‘엽삭젓’이나 ‘대미젓’, 내장을 따로 담근 ‘속젓’, 그리고 위만 따로 담근 ‘밤젓’ 또는 ‘돈배젓’ 등이 있다. 전어의 소화기관이 닭똥집처럼 발달한 점을 활용한 식문화다.

일본에서는 전어를 ‘신코’, ‘코하다’, ‘코노시로’ 등으로 부르며 회나 초밥, 조림, 절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특히 수도권인 관동지방에서 인기가 많으며, 작은 크기의 새끼 전어일수록 더 비싸게 팔린다. 100g에 2만 엔을 넘는 고급 식재료로 거래되며, 초밥 한 피스에 수만 원이 넘는 가격이 붙기도 한다. 손질은 정밀하게 진행되고, 새끼 전어의 줄무늬가 많을수록 더 고급으로 취급된다.

일본에서 전어를 굽지 않는 이유는, 전어가 부패하면 나는 냄새가 사람의 사체를 태우는 냄새와 유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어는 회나 절임으로 주로 소비되며, 구이는 기피 대상이 되었다. 한국과 달리 전어 굽는 냄새를 향기롭게 여기지 않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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