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야경이 아니라 예술…차 타고 가볍게 즐기는 ‘가을 드라이브 코스’
2025-11-04 17:30
add remove print link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야경 명소
가을밤,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줄 서울 근교 야경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괜히 도심 불빛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선선한 밤바람에 창문을 조금 열고,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달리다 보면 하루의 답답함도 서서히 풀린다. 지금이 바로 야경과 드라이브를 동시에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보거나, 강변의 불빛을 따라 천천히 달릴 수 있는 수도권 대표 야경 코스들을 소개한다.

◈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 서울 야경의 정석
서울에서 가장 완벽한 드라이브 코스를 꼽으라면 단연 북악스카이웨이다. 종로구 부암동에서 시작해 북악산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면 도심의 소음이 서서히 멀어지고, 차창 밖으로는 서울의 불빛이 점점 넓게 펼쳐진다. 도로가 부드럽게 이어져 있어 야간 운전도 부담이 없고, 초보 운전자도 여유롭게 오를 수 있다.
정상부에 자리한 팔각정 전망대는 서울 야경의 교과서 같은 장소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르는 한강, 그 위를 잇는 다리들, 그리고 남산타워까지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빽빽한 건물 사이로 빛이 흐르는 도시의 맥박이 그대로 느껴진다. 낮에는 시야가 탁 트여 멀리 잠실까지 보이고, 해가 지면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서 서울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팔각정에는 작은 카페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커피 한잔 들고 야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발 아래로 청와대와 경복궁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머리 위로는 은은한 달빛이 걸린다. 특히 가을 저녁에는 북악산의 서늘한 공기와 커피 향이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 가장 고요한 순간을 만들어준다.
야경 명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새벽 시간대에도 매력이 다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면 아직 어두운 도시 위로 서서히 빛이 번져 오르고,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드는 ‘서울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드라이브와 감상, 그리고 여유까지 세 가지를 모두 채우고 싶다면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을 추천한다.

◈ 동작대교 노을카페 — 다리 위에서 만나는 한강의 밤
서울의 수많은 야경 명소 중에서도, 한강 위에서 커피 한잔하며 불빛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동작구를 잇는 동작대교 노을카페는 다리 한가운데 위치한 복층 전망형 카페로, 드라이브 코스 중간에 잠시 멈춰 쉬어가기 좋은 명소다. 차를 타고 바로 진입할 수 있고 주변 한강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걸어 들어가도 된다.
카페 내부는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리를 어디에 잡든 여의도 스카이라인과 남산타워, 반포대교 조명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노을이 시작될 무렵이면 붉은빛과 주황빛이 교차하면서 강물 위에 반사되고 마치 하늘과 강이 맞닿은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자동차 불빛과 다리 아래로 반짝이는 수면의 잔광이 섞이면서 도심 한복판에서 가장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노을이 완전히 진 뒤에는 또 다른 매력이 시작된다. 한강대교와 반포대교 조명이 켜지고, 여의도 쪽 마천루의 불빛이 강물에 비치며 서울 야경의 한 줄기 라인을 완성한다. 실내 조명이 은은해서 사진 찍기에도 좋고 커피나 와플 같은 간단한 디저트를 즐기며 창가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히 가을 저녁에는 바람이 선선해 다리 위 특유의 공기감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불어오는 강바람과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지면 이곳이 왜 ‘서울의 대표 노을 명소’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될 것이다.

◈ 응봉산 전망대 — 사진가들이 사랑한 ‘야경 명당’
성동구 응봉동에 자리한 응봉산은 서울의 야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명소다. 한강과 도심의 불빛, 그리고 동호대교의 반짝이는 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서울 야경의 정석’이라 불린다.
차량은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입구 근처까지 차를 몰고 갈 수도 있지만, 골목이 좁고 경사가 꽤 가파르며 이미 주차된 차량이 많아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도보로 천천히 올라가면 숨이 조금 차지만, 그만큼 탁 트인 전망이 기다린다.
전망대에 오르면 눈앞으로 동호대교와 한강, 그 너머로 강남의 빌딩숲, 잠실 롯데타워, 그리고 멀리 여의도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뒤, 도심의 불빛이 물 위로 번지며 서울의 밤이 살아나는 순간이 이곳의 하이라이트다. 봄엔 벚꽃, 가을엔 단풍이 야경의 프레임을 채워 계절마다 전혀 다른 색을 보여준다.
좁은 골목길과 빽빽한 주택가를 지나야 하지만, 응봉산 전망대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수고가 잊힌다. 가장 서울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는 곳, 도심 속 숨은 보석 같은 포인트다.

◈ 남한산성 서문 전망대 — 도심 불빛이 노을을 품는 곳
서울 근교에서 드라이브로 오르기 좋은 남한산성은 해질녘과 밤 모두가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서문 전망대는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과 노을, 그리고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소로 손꼽힌다. 차로 남한산성로를 따라 올라오면 로터리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차량을 세우고 서문 방향으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제법 길지만 경사가 완만해 천천히 오르기 좋다. 다만 거리가 있는 만큼 운동화와 편한 옷차림을 준비하는 게 필수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서서히 낮아질 즈음, 도심의 빌딩숲 사이로 붉은 노을이 걸리며 유리창마다 빛이 반사된다. 산등성이가 아닌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에 걸린 노을이 이곳의 진짜 매력이다.
특히 일몰 약 30~40분 전, 이른바 ‘매직아워’에 서문 전망대에 도착하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로 강남·송파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고, 잠실 롯데타워에서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불빛의 선이 살아난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도심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며 서울 야경의 정수를 보여준다.

◈ 운길산 북한강 양수철교 — 기차 대신 사람이 걷는 강 위의 길
양평 두물머리에서 조금 더 달리면 닿는 운길산 북한강 양수철교는 한때 열차가 달리던 철교가 지금은 자전거길과 보행로로 바뀐 곳이다. 기찻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걷는 내내 강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철제 구조물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잔잔한 물결이 어우러져, 도시의 소음과는 거리가 먼 고요한 정취를 만든다.
낮에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자주 지나가지만, 진짜 매력은 해가 완전히 진 뒤부터 시작된다. 철교 아래 난간에 설치된 조명이 물 위로 부서지고, 멀리 마을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강 전체가 은빛으로 물든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 위로 자전거 불빛이 줄지어 이어질 때면, 마치 별이 이동하는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운길산역에서 바로 연결돼 접근성도 좋다. 차는 역 인근 공영주차장에 세워두고 다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바람이 선선한 가을밤에는 물안개가 얇게 피어오르고, 사람의 발소리와 강물의 파도 소리만이 잔잔히 섞인다. 도심의 네온사인이 아닌, 강물과 어둠이 빚어내는 야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 운길산 북한강철교는 서울 근교에서 가장 조용하고 낭만적인 야경 산책로다.
가을밤의 수도권은 도시의 번잡함이 한결 누그러지고, 불빛이 더 따뜻하게 번진다. 한강을 따라, 산자락을 따라, 도심 외곽의 도로를 천천히 달리다 보면 익숙한 풍경도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창문을 살짝 열고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다. 빛과 바람이 만나는 그 길 위에서 오늘 하루를 잠시 놓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