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왔다" 시위 벌이는 국민의힘에 이재명 대통령이 보인 반응
2025-11-04 20:24
add remove print link
야당 불참 속 진행된 대통령 시정연설…국민의힘 “정권 폭주 규탄” 침묵 시위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며 국회 시정연설을 진행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연설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중심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본회의장 앞에서 검은 복장으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오전 10시 6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 앞에서부터 연단까지 도열해 박수를 치며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정청래 대표와 인사를 나눈 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와 차례로 악수했다.
국감 기간 자녀 결혼식 문제로 논란을 빚은 최민희 의원과도 짧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건넨 뒤 빈 국민의힘 의원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 민주당은 환호…“총력을 다했다” 발언에 33차례 박수
민주당 의원들은 약 22분간 이어진 연설 동안 30차례가 넘는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이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를 언급하자 박수가 쏟아졌고, “영혼까지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나오자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있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한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야당의 불참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 신속히 확정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연설이 끝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중앙 출입구 대신 왼편 통로를 이용해 대기 중인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조국혁신당과 사회민주당 등 소수 정당 의원들과도 인사를 나눴으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 국민의힘 “야당 탄압 규탄”…“이제 전쟁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불참하고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의원들은 검은색 마스크와 어두운 정장을 착용하고, 가슴에는 ‘자유민주주의’ 문구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다.
앞줄에 선 지도부는 ‘근조 자유민주주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고, 다른 의원들은 ‘야당탄압 불법특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등의 문구를 든 채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로텐더홀 입구에 도착하자 일부 의원들은 "꺼져라" “범죄자 왔다”, “재판받으라”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대통령이 미소를 짓자 “웃지 마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별다른 반응 없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시위에 참여한 의원들은 “이재명식 정치 탄압 규탄한다”, “민주당식 정치보복 국민은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제 전쟁이다.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오늘 시정연설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은 여당의 환호와 제1야당의 보이콧이 엇갈리며, 정치권의 깊어진 대립 구도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