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핵심 기능 폐지... 한국 2위 인터넷 커뮤니티 결정에 술렁
2025-11-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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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펨코리아 '잉여력 전송 기능 중단'
                    
                                        
                        '사이버레커 활동 줄어들 것' 기대도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가 오는 5일부터 사이트 내 포인트인 '잉여력' 전송 기능을 중단한다고 3일 공지했다.
10년 넘게 운영돼 온 핵심 기능을 폐지하는 이번 결정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포인트 거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에펨코리아 측은 이날 공지를 통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포인트 거래를 제재하지 않는다'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특정 정치인이 본 서비스를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잉여력은 에펨코리아에서 글을 작성하고 추천을 받으면 적립되는 포인트다. 회원들은 이를 활용해 프로필 아이콘 등을 구매하거나 다른 회원에게 전송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하고 회원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활용돼왔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포인트가 외부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현금으로 거래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에펨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은 올해 들어 본격화됐다. 지난 6월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가 에펨코리아를 도박 공간 제공 및 방조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당시 도박없는학교 측은 에펨코리아 내에서 운영되는 '잉토‘(잉여력으로 하는 토토)가 사실상 불법 도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근이나 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잉여력 포인트가 실제 현금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잉여력 1만 포인트가 2만~3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게임머니나 포인트를 환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현행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잉여력 포인트가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처럼 중고장터에서 공공연히 거래되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중고거래를 통해 손쉽게 대량의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어 사실상 현금 거래를 통한 불법 도박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승부예측 게임의 운영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회원은 국내외 굵직한 스포츠 경기만으로는 게임이 비는 날이 생기기 때문에 에펨코리아가 해외 소규모 리그의 경기까지 끌어다가 매일 게임을 돌렸다고 지적한다. 주요 리그가 없는 날에도 베팅이 끊이지 않도록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하부 리그 경기까지 승부예측 대상에 포함해 사행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에펨코리아 측은 "잉여력의 현금화는 법률상 금지된 행위이기에 당사는 오래전부터 엄격히 금지해 왔다"며 "다만 외부 서비스에서 관련 거래가 이뤄졌고, 당사의 삭제·제재 요청이 거절되는 사례가 많아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에펨코리아는 "전체 잉여력 전송 가운데 외부 거래로 의심되는 경우는 실제로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전송은 정상적인 회원 간 거래였다고 강조했다.
에펨코리아는 지난해 4월 포인트 현금 거래 문제를 인지하고 1개 계정당 동일 사용자에게 전송할 수 있는 포인트 최대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까지 비판이 제기되고 청소년유해매체 지정 요청까지 나오면서 사이트 운영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에펨코리아는 "10년 넘게 해당 시스템이 운영돼 왔는데 한 번도 문제가 없다가 갑자기 문제가 됐다"라면서 "중립적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지만 사이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5일 0시 이후로 잉여력 전송 기능을 부득이하게 중단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또 다른 시스템인 승부예측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우선 현행대로 운영하고 정부의 공식 판단을 기다리고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에펨코리아는 "승부예측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과거부터 여러 차례 법률 자문을 받아 법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으며, 현재도 법적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다른 플랫폼들도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펨코리아는 "국내 최대 포털을 포함한 여러 대형·소형 서비스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이 운영돼 당사만 문제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다른 서비스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에펨코리아는 "합법적인 사이트로서 정부의 요청에 적극 협력하며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협력할 예정"이라며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축소 소식을 전하게 돼 송구하다. 안정적인 사이트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양해해달라"라고 밝혔다.
공지가 올라온 후 회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회원은 "그래도 이제 분탕들은 좀 줄겠네", "이젠 쪽지로 구걸하는 사람 없어지겠네", "잘 막은 거 같은데"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악의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려 포인트를 벌고 이를 판매하는 이른바 사이버레커들의 활동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제 무슨 재미로", "아 이벤트 사라지는 게 아쉽다" 등 아쉬움을 표하는 회원도 눈에 띄었다. 신규 회원이나 활동이 적은 회원들의 경우 다른 회원들로부터 잉여력을 받아 프로필을 꾸미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에펨코리아는 디시인사이드에 이어 인터넷 커뮤니티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