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부산역 앞 관광 명소였는데 '폐점' 소식 들려온 '이곳'
2025-11-05 11:07
add remove print link
'창비 부산' 오는 20일까지 운영
부산역 앞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창비 부산'이 폐점한다. 책과 문화 공간 향유에 즐거움을 느끼는 여행객들에게 아쉬운 소식이다.

연합뉴스와 국제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창비 부산은 오는 20일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최종 결정했다.
1920년대 지어진 옛 백제병원 건물 터에 마련된 복합문화공간 창비부산은 2021년 문을 열었다. '창작과 비평'의 독자가 서울 다음으로 많은 곳이 부산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소재 대형 출판사가 처음으로 지역에 거점을 만든 사례로 평가받아 출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폐점으로 창비부산은 4년 7개월여 만에 행보를 멈추게 됐다.
창비부산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이색 장소가 되며 부산역 앞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에 온 듯한 붉은 벽돌의 고즈넉한 건물 외관을 비롯해 2층으로 들어서면 아늑한 분위기의 공간이 마련돼 있어 시선을 끈다. 이곳에서는 창비가 펴낸 책을 일부 판매하기도 했으며 독서, 문화 공간으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2023년까지 평균 3만 명이던 연간 방문객은 지난해 4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5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었다. 외지인과 외국인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부산의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비 부산이 영업 중단을 결정한 배경에는 출판사 환경 변화와 경영상의 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교성 창비부산 대표는 국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긴 시간에 걸친 숙의 과정이 올해 있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창비부산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사회공헌 성격이 강하다 보니 장기 운영에는 경제성 등의 요소를 외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창비 부산의 폐점 소식은 그간 이곳을 찾았던 방문객들뿐만이 아니라 부산 시민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긴다. 이곳은 부산의 이야기와 장소를 만날 수 있는 지역 특성 공간이기도 했다. 부산 동구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 프로그램 ‘부산과 문학’이나, 한국전쟁 전후 부산에서 탄생한 문학 작품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난리통 이야기길' 탐방 행사 등이 그 예이다. 부산의 작가 3인방을 소개하는 ‘3인 3색 부산 작가전’을 통해서는 현재의 부산 문학을 재조명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출판 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창비 부산은 주요 거점이었다. 책 만드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창비 편집자 학교'가 열렸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의 책 제작 과정을 교육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 청년들의 호응을 받았고, 신청이 하루 만에 끝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출판사 취업이나 개인 출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창비 부산은 유명 작가 초청 강연회를 주선하는 등 지역 문화를 성장시키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부산역 앞에서 책과 문화를 알리던 창비 부산의 여정은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창비 부산이 남긴 흔적과 그간의 노력은 부산 지역의 문화 역사에 소중한 발자취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