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는 즉시 범칙금 10만 원...요즘 경찰이 떼로 잡고 있는 ‘이것’
2025-11-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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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 위험한 편리함의 그늘
청소년 안전 위협하는 무모한 주행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M) 법규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같은 기본 규정 위반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선 가운데 적발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은 전동 킥보드가 이제는 도로 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예로,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도내에서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총 409건에 달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 가운데 안전모 미착용이 243건(59.41%), 무면허 운전이 145건(35.45%), 기타 위반이 21건(5.13%)이었다. 전체 위반 중 94.87%가 안전모 미착용과 무면허 운전이었다. 이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무면허로 운전할 경우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되고, 1인 탑승 원칙을 위반해 동승자를 태우면 운전자에게 4만 원, 동승자에게 2만 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또 안전모 미착용 시 2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걸리면 바로 범칙금’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법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면허 확인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공유형 킥보드 업체는 이용자 인증 절차에서 단순히 면허증 사진 업로드만 요구하거나, 본인 명의 여부를 검증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 16세 이상 청소년 중 원동기 면허가 없는 이용자들도 손쉽게 킥보드를 빌릴 수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명백한 무면허 운전이지만, 제도상 빈틈이 존재해 사실상 단속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한 교통 위반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중학생 두 명이 탑승한 전동 킥보드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린 딸을 데리고 길을 걷던 30대 여성이 몸으로 막아서다 중태에 빠졌고, 이 사고는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무면허·안전모 미착용 운행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며, 어린이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반복되는 위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안심 스티커 캠페인’을 도입했다. 제주경찰청 기동순찰대는 도내 개인형 이동장치에 ‘운전면허 보유’와 ‘안전모 착용’을 다국어로 안내하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QR코드를 통해 안전 교육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계도 중심의 캠페인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통계 역시 심각하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손상 환자는 1,258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86.3%가 전동 킥보드 이용자였고, 40.4%는 15~24세 청소년층이었다. 또한 75%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운전면허 보유자는 47%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킥보드 이용이 급증하면서, 안전 규정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서울시도 같은 문제의식 속에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1.3㎞)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2.3㎞)를 중심으로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전동 킥보드와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동력자전거의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시행 이후 서울시가 생활인구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8.4%가 확대에 찬성했다. 시민의 10명 중 7~8명은 “보행환경이 개선되고 충돌 위험이 줄었다”고 체감했다.
특히 ‘킥보드 없는 거리’ 도입 전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동킥보드 통행량 감소(76.2%) △무단 방치 수량 감소(80.4%) △충돌 위험 감소(77.2%) 등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 반면 불편함을 호소한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통행금지 구역 확대와 단속 강화 방안을 경찰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킥보드 없는 거리’ 구역에서 전동 킥보드를 몰 경우 범칙금 3만 원(일반도로), 어린이보호구역은 6만 원에 벌점 15~30점이 부과된다.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재는 계도 위주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면허 인증 사각지대’와 ‘안전의식 부재’다. 전동 킥보드가 대중화된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사고와 단속이 일상화됐다. 편리함이 안전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반복된 사고로 증명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단속이나 범칙금 부과를 넘어, 제도 개선과 이용자 교육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면허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고, 청소년 대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편리함이 곧 위험이 되는 시대—‘걸리는 즉시 범칙금 10만 원’이라는 경고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도로 위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