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씨 말라 ‘금값’인데…중국이 싹쓸이해 가격 날뛰는 ‘국민 생선’ 정체

2025-11-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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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부른 '고등어 대란'
사라지는 국민 생선, 그 뒤에 숨겨진 비밀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국내산 고등어가 점점 귀해지고 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고등어가 한국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자 산지 가격이 1년 새 두 배 이상 뛰었고, 대형마트 진열대엔 국산 대신 노르웨이산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대량 매입까지 겹치며 가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얼음 덮힌 고등어 / 뉴스1
얼음 덮힌 고등어 / 뉴스1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 코너. ‘국산 고등어 할인’ 안내판 앞에 선 중년 부부가 “국산은 언제 들어오느냐”고 묻자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품절됐다”고 답했다. 매대 한쪽은 모두 노르웨이산으로 채워져 있었다. 손님들은 팩 포장된 수입산 고등어를 들었다 놨다 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국내산 고등어의 중·대형어 비중은 7.0%로 작년(9.0%)보다 2%포인트 낮았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으로는 3.9%에 그쳐, 작년(13.3%)과 평년(20.5%)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해수 온도 상승이다. 고등어는 냉수성 어종이지만, 최근 동해와 남해 연안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서식 환경이 달라지고 회유 경로가 바뀌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 /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 / 뉴스1

공급이 줄자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달 냉장 고등어 산지 가격은 ㎏당 6591원으로 지난해보다 100.6%, 평년보다 123.3% 뛰었다. 소비자 가격도 1만 1460원으로 전년 대비 10.8% 상승했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중·대형 고등어는 먼바다 조업이 많지만 고수온과 유가 부담이 겹치며 조업량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산 고등어는 신선도와 식감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평가를 받는다. 동해·남해에서 잡힌 즉시 유통돼 살이 부드럽고 지방이 적당해 구이와 조림용으로 적합하다. 반면 노르웨이산은 지방 함량이 많아 맛은 진하지만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국산 대형 고등어가 귀해지면서 오히려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희소성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 오르는 고등어 가격 / 뉴스1
계속 오르는 고등어 가격 / 뉴스1

여기에 최근 중국의 수입량 급증이 가격 상승에 불을 지피고 있다. 수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역시 해양 온도 상승으로 자국 연안 어획량이 줄었고, 내수용 수산물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산 고등어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한 고등어 가공업체 관계자는 “중국 수입업자들이 국내산 고등어를 정부 비축 물량까지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바람에 가격이 한 번에 뛰는 날이 많다”며 “특히 중·대형 국내산 고등어를 손질용·가공용으로 선호해 통째로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 계획을 확정해 7월부터 적용 중이다. 지난해 발표된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 계획’의 후속 조치로, 기후변화에 따라 어종별 어획 패턴이 달라지는 현상에 대응하고 어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이번 조치로 망치고등어와 기름가자미가 새로 TAC 대상에 포함됐다. 우리 연근해 고등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망치고등어는 씨알이 작아 국내 소비는 적지만 해외 수요가 늘며 어획 관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국민 생선' 고등어 / 뉴스1
'국민 생선' 고등어 / 뉴스1

고등어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에서 ‘국민 생선’으로 자리 잡아왔다. 구이, 조림, 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고소한 지방 풍미와 부드러운 살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오메가-3 지방산(EPA, DHA)이 다량 함유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비타민 D, 셀레늄, 칼륨 등 필수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고등어는 ‘서민 보약’이자 대표 단백질 공급원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고수온 현상, 유가 상승, 외국의 대량 수입 등 복합 요인으로 인해 이제 고등어는 더 이상 흔한 생선이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냉동 보관·소비를 병행하고 제철 어종이나 대체 해산물을 적극적으로 선택해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해수 온도 상승 억제, 지속 가능한 어업 관리, 인공부화·양식 기술 강화가 필수다. 정부와 산업계, 소비자가 함께 움직여야만 고등어와 같은 연안 어종이 다시 바다로 돌아올 수 있다.

기후위기 속에서 사라지는 ‘국민 생선’의 위상은 단순히 식탁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가 보낸 신호에 얼마나 책임감 있게 대응하느냐가, 우리 식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다.

유튜브, KBS Entertain

고등어 대체로 즐기는 어종 TOP3

국내산 고등어가 귀해지고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비슷한 맛과 영양으로 대체할 수 있는 어종들이 주목받고 있다.

1. 전갱이 – 고등어 대체 1순위

전갱이는 지방이 적당히 들어 고등어 특유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비린 맛이 덜하고 살이 단단해 구이·조림·튀김 등 활용도가 높다.

2. 꽁치 – 가을 제철, 오메가3 풍부한 ‘영양 생선’

지방 함량이 높아 구웠을 때 풍미가 짙고, 고등어처럼 불맛과 잘 어울린다.

EPA와 DHA가 풍부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등 푸른 생선이다.

3. 방어 – 겨울철 대체 어종

겨울 제철 방어는 지방이 많고 부드러워 고등어의 진한 맛을 대신할 수 있다.

회뿐 아니라 스테이크·구이용으로도 인기가 높아 연말 수요가 꾸준하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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