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한테 '고맙습니다' 인사했다가 예의 없다고 한소리 들었습니다”

2025-11-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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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올라와 눈길 끈 내용

한 자영업자가 단순한 인사말 하나로 ‘무식하다’는 핀잔을 들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사연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 표현의 차이점 등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손님에게 '고맙습니다' 인사했다가 한소리 들은 자영업자. / 위키트리
손님에게 '고맙습니다' 인사했다가 한소리 들은 자영업자. / 위키트리

“친구도 아닌데 ‘고맙습니다’라니, 무식하다네요”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했다가 한소리 들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인 A 씨는 평소처럼 물건을 구입한 손님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런데 손님은 잠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화를 냈다.

손님은 “예의도 없다. 내가 친구도 아니고 아랫사람도 아닌데 ‘고맙습니다’가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저번에도 그냥 넘어갔는데 또 그러냐. 무식하다”고 A 씨를 나무랐다.

그러면서 자신이 47세인데 A 씨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며, 나이 어린 사람이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말’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그 손님이 더 무식해 보였다. 그 일로 하루 기분이 망가졌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황당 사연. /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황당 사연. /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사장님 잘못 아니다”…네티즌들 “'고맙습니다'는 정중한 표현”

이 글은 올라온 이후 여러 차례 기사화되고 SNS로 퍼지며 화제가 됐다. 대다수 네티즌들 반응은 압도적으로 A 씨의 편이었다.

한 이용자는 “국립국어원에서 검색해보니 ‘고맙습니다’는 나이 많은 고객에게도 실례가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며 “오히려 자연스럽고 예의 있는 인사라고 설명돼 있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그 손님은 예절을 잘못 배운 거다. ‘고맙습니다’는 친근하면서도 존중의 뜻을 담은 말인데, 무식하다고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꼰대 마인드다” “요즘은 나이에 상관없이 서비스업에서 ‘고맙습니다’가 더 따뜻하게 들린다” “오히려 ‘감사합니다’보다 인간미 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 뭐가 다를까?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차이점은? / 위키트리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 차이점은? / 위키트리

논란이 커지자 실제로 많은 이들이 국립국어원 자료를 찾아보며 두 표현의 차이를 확인했다.

국립국어원은 “두 표현 모두 감사의 뜻을 나타내며, 격식의 차이는 없다”고 설명한다. ‘고맙습니다’는 우리말 고유어, ‘감사합니다’는 한자어일 뿐이며, 어느 쪽이 더 높임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공식적인 자리든 일상적인 상황이든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는 모두 예의 있는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언어학자는 “우리 고유어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맙습니다’를 더 자주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수고하셨습니다”와 “고생하셨습니다” 차이도 헷갈려

해당 논란을 계기로 한국어 인사말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예를 들어 “수고하셨습니다”와 “고생하셨습니다”는 모두 상대 노력을 인정하는 말이지만, 쓰임에는 차이가 있다.

'수고하셨습니다'는 일을 끝낸 상황에서 수고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공식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이다. '고생하셨습니다'는 상대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위로의 뜻이 포함돼, 다소 사적인 뉘앙스를 가진다.

다만 '수고하셨습니다'와 '고생하셨습니다' 두 표현 모두 윗사람에게 쓰면 조심스러울 수 있다. ‘수고’나 ‘고생’이라는 말 자체가 아랫사람이 윗사람 노력을 평가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표현이 때로는 더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언어 예절은 ‘관계’의 문제… 러나 ‘고맙습니다’는 무례 아님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세대 간 언어 인식 차이’로 본다. 과거에는 위계 중심 문화가 강해 윗사람에게 “감사합니다”처럼 한자어 표현을 쓰는 것이 더 격식 있는 인사로 여겨졌다. 반면 최근에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같은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이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언어의 높임은 단어 그 자체보다 말투와 태도에 달려 있다. 진심이 담긴 ‘고맙습니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례가 아니다.

즉 ‘누구에게 말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가 핵심이다. 언어의 높낮이는 사전에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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