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팔아 돈 번 사람들…그중엔 교사와 공공기관 직원도 있었다

2025-11-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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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되팔아 억대 수익…국세청 “끝까지 추적”

팬심을 노린 암표 거래가 도를 넘어서자 국세청이 칼을 빼 들었다.

암표 판매자 검거 영상 캡처 /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캡처
암표 판매자 검거 영상 캡처 /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캡처

스포츠, 공연, 콘서트 등 티켓팅은 매번 전쟁이다.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새로고침을 눌러도 이미 매진이고, 수천 명이 대기열에 갇힌다. 클릭이 늦었나, 운이 나빴나 자책하지만 정작 몇 분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같은 표가 몇십만 원씩 웃돈이 붙은 채 올라온다.

공연을 포기하기엔 아쉽고 팬으로서 현장을 놓치고 싶지 않아 결국 비싼 값을 치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렇게 쌓인 암표 거래의 실체가 알고 보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수년째 조직적으로 활동해 온 전문 업자들의 일이었다. 이처럼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표를 웃돈에 되파는 암표 거래가 일상처럼 번지면서 국세청이 본격적인 세무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은 공연과 스포츠 경기 등 주요 입장권을 정가의 수십 배에 재판매한 암표업자 1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국세청은 이를 단순한 거래질서 위반이 아닌 ‘민생침해 탈세’로 보고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세청은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침해하며 부당이익을 챙긴 행위는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부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  / 국세청 제공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부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 / 국세청 제공

◈ 상위 1%가 거래 절반 독식…기업형 업자도 적발

국세청에 따르면 티켓 거래 플랫폼에서는 상위 1%에 해당하는 400여 명이 전체 거래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간 평균 거래금액은 약 6700만 원으로 일부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사립학교 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거래량이 평균의 몇 배에 달하고 탈루 혐의가 짙은 17개 업자를 우선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리 티켓팅을 수행하고 받은 수수료 수익을 신고 누락하며 자산을 증식한 암표업자   / 국세청 제공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리 티켓팅을 수행하고 받은 수수료 수익을 신고 누락하며 자산을 증식한 암표업자 / 국세청 제공

조사 결과 암표는 대부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해 거래됐다. 콘서트, 뮤지컬, 스포츠 경기 등 인기 행사일수록 가격은 정가의 10배에서 많게는 30배까지 뛰었다.

예매를 대신해주는 ‘대리 티켓팅(댈티)’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업자들도 있었고 예매 경쟁을 뚫기 위해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일부는 예매 대기열을 건너뛰는 ‘직접 예약링크(직링)’를 팔아 온라인상 새치기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올렸다.

특히 국세청은 단순 개인 거래를 넘어 조직적으로 움직인 기업형 업자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는 정식 사무실을 두고 아르바이트 인력을 동원해 티켓을 확보했으며 판매를 대행하는 협력업체와 분업 체계를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확보한 입장권은 일정 시세를 조작해가며 고가에 되팔렸고 수익금은 차명계좌로 분산해 관리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티켓팅 전쟁을 유발하는 암표업자 세무조사 실시'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티켓팅 전쟁을 유발하는 암표업자 세무조사 실시'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0억 규모 유통…은닉재산까지 추적

국세청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들은 수만 건의 입장권을 확보해 약 200억 원 규모의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자는 K팝 콘서트와 프로야구 경기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입장권을 최대 15배 비싸게 되팔았다. 겉으로는 일반 개인 사업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소득 신고를 축소하고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예금·부동산 8억 원을 쌓아온 정황이 드러났다.

기업형 암표업체도 적발됐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한류 여행상품에 콘서트 암표를 끼워 팔며 중고거래 업자들과 협력해 6년 동안 4만 장이 넘는 티켓을 유통했다. 회계장부에는 실제 근무하지 않는 가족을 직원으로 올려 인건비를 부풀렸고 법인카드로 유흥주점과 골프장 결제를 처리하는 등 부적절한 지출도 확인됐다.

암표 외 다양한 물품을 SNS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하고 수익은 무신고 한 암표업자 / 국세청 제공
암표 외 다양한 물품을 SNS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하고 수익은 무신고 한 암표업자 / 국세청 제공

SNS를 통한 개인 판매도 만연했다. 일부 업자는 자신의 계정을 이용해 암표를 홍보하고, 판매대금을 개인 계좌로 받아 수익을 은닉했다. 신고된 소득은 거의 없었지만, 5년 동안 신용카드 결제액만 30억 원이 넘는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런 비정상적 소비 패턴을 근거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국세청은 금융추적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활용해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강조한 ‘민생침해 탈세 엄단’ 기조의 일환으로 국세청은 온라인 거래 전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불법 암표 거래를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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