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에 4만원... 불과 2년 만에 제주 앞바다 뒤덮은 최고급 식재료
2025-11-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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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만에 18마리 잡았어요”

제주 바다에서 외래종 게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통발을 내리면 손쉽게 잡힐 정도로 급증한 톱날꽃게. 2년 전 제주 연안에서 처음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그 게다. 푸른꽃게, 청색꽃게로도 불리는 이 아열대성 생물이 어느새 제주 바다를 점령하고 있다.
2023년 제주 지역 방송사 JIBS는 제주시 구좌읍 해안가에서 청색꽃게가 처음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성인 손바닥만 한 집게발과 등껍질에 톱처럼 뾰족한 돌기가 나 있는 이 게는 톱날꽃게라는 정식 국명을 갖고 있지만 푸른빛 때문에 청색꽃게, 청게로도 불린다. 당시 허성표 제주대학교 교수는 “국내에서는 주로 부산 낙동강 하구와 거제도에서만 발견됐다”라면서 “제주에서 서식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톱날꽃게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해안 전역의 하구 인근 진흙 바닥에 서식하는 종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열대 염습지에서는 머드크랩으로 불린다. 유입 경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1960~1970년대 동남아에서 목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선박 평형수를 통해 들어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다만 일제강점기 거제도에서 잡힌 기록과 임금에게 진상됐다는 문헌도 있어 그 이전부터 서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열대성인 만큼 한국에서 가장 따뜻한 제주에서 특히 개체수 급증이 체감된다. 최근 유튜브 채널 '브루스리 TV'엔 제주도의 한 해안에서 불과 40분 만에 18마리의 청색꽃게를 손쉽게 잡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엔 "다섯 걸음이면 한 마리씩 있다", "통발에 가득 차 있다"는 말이 나온다. 2년 전 첫 발견 당시만 해도 희귀했던 종이 이제는 제주 바다 곳곳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생물이 됐다.
제주지역의 고수온 발생일수는 2020년 22일에서 2021년 35일, 2022년 62일, 2023년 55일, 지난해 71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는 85일간 고수온 특보 기간이 유지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에 따르면 지난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7년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58도 상승했다.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청색꽃게가 제주에 정착할 정도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톱날꽃게는 일반 꽃게보다 색이 진하고 다리가 길며, 몸집도 크다. 수컷은 선명한 푸른색을 띠고 암컷은 국방색에 가까운 색을 띤다. 식용이 가능하며 맛은 기존 꽃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는 이미 '부산청게'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돼 kg당 3만~4만원에 거래되는 고급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수요량에 비해 어획량이 적어 고가에 판매된다. 심지어 개체수 보호를 위해 금어기까지 지정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색꽃게의 제주 정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2023년 첫 발견 당시 허성표 교수는 "생태계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종이며, 공격성도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제주 생태계에 큰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톱날꽃게는 물고기 알, 유생, 조개류는 물론 동족도 먹는 잡식성이라 먹이 선택의 폭이 넓으며, 연 2회까지 산란이 가능하고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는다. 부화 후 유생의 생존율도 높은 편이라 일단 자연에 정착하면 짧은 시간 안에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국립수산연구원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자망과 통발을 이용해 어획시험을 진행한 결과, 총 177종 2만5446개체가 어획된 가운데 아열대 어류가 74종 1만255개체로 전체 4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톱날꽃게뿐 아니라 파랑돔 등 다양한 아열대성 어종이 제주 연안에서 빈번하게 관측되고 있다. 기존 제주 수산업을 지탱하던 주요 어종의 출현은 줄어드는 데 반해 따뜻한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톱날꽃게의 급속한 개체수 증가가 기존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톱날꽃게의 개체수 변화와 서식 패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이탈리아,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에선 톱날꽃게 등 외래종 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면서 조개, 문어 양식 사업이 파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바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주 앞바다를 뒤덮기 시작한 톱날꽃게의 등장을 새로운 수산자원의 출현인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의 신호탄으로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