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 2' 일본에 짜릿한 역전승…여자배구 미래, ‘초특급’ 소식 전했다
2025-11-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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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점수 3-2(20-25 25-19 15-25 25-22 15-8)…눈길 끈 '한일전' 스코어
한국 여자배구 16세 이하(U-16) 대표팀이 일본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경기력, 투지, 미래 세대 가능성까지 보여준 한 경기였다.

이승여 금천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U-16 대표팀은 8일(한국 시각)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25 U-16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2(20-25 25-19 15-25 25-22 15-8)의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한국 대표팀 중심에는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는 손서연(김해여중)과 공격수 장수인(경남여중)이 있었다. 손서연은 이날 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34득점, 장수인은 21득점을 기록하며 두 선수가 합작한 득점만 무려 55점에 달했다. 팀 전체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첫 세트는 일본 그러나 두 번째 세트부터 분위기 반전
경기 초반은 일본의 페이스였다. 1세트에서 일본은 안정적인 리시브와 실책 없는 운영으로 흐름을 잡으며 25-20으로 선취했다. 한국은 손서연의 오픈 강타로 17-19까지 추격했지만, 세트 후반 장수인 공격이 블로킹에 막히며 아쉽게 내줬다. 하지만 2세트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12-12 동점에서 손서연이 연속 3득점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후 장수인의 공격이 살아나며 25-19로 세트를 따냈다. 세트 스코어는 1-1 균형.
다시 밀린 3세트 그리고 4세트의 대반전
3세트는 일본이 25-15로 가져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이 결승행 티켓을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4세트 들어 한국의 투지가 폭발했다. 20-2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장수인이 대각선 공격으로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뒤집었고, 결정적인 세트포인트(24-22) 상황에서도 장수인이 대각선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며 세트를 끝냈다. 경기는 다시 2-2 원점.

마지막 5세트, 손서연의 폭발
운명의 5세트에서 한국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집중력을 보여줬다. 장수인이 시간차 공격으로 점수를 벌리고, 손서연이 대각선 공격으로 점수를 이어가며 12-7까지 달아났다. 그리고 마지막 매치포인트(14-8) 상황. 세터 이서인(경해여중)이 상대 공격을 완벽히 블로킹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 장면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응원단의 환호 속에서 대역전극의 완성을 알렸다.
이제 결승 상대는 ‘코트 반란’ 일으킨 대만
이번 승리로 한국은 결승 진출과 동시에 내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U-17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결승 상대는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중국을 3-1로 꺾은 대만이다.
대만은 조직력과 수비 중심의 빠른 배구로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한국이 결승에서 대만을 꺾는다면, 2017년 이후 8년 만의 U-16 아시아선수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리틀 김연경’ 손서연, 실력으로 증명한 이름값
손서연은 이미 배구계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박미희 대한배구협회 여자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은 “손서연은 공격력, 리시브, 수비까지 모두 뛰어난 밸런스를 갖춘 선수로, 한국 여자배구 미래를 이끌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별명 ‘리틀 김연경’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점프 타이밍, 공격 각도, 경기 중 리더십 등 여러 면에서 김연경과 닮아 있다는 평가가 현장 지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온다. 이번 대회에서도 손서연은 경기 내내 공격 성공률 50% 이상, 서브 에이스 4개, 디그 8개를 기록하며 ‘완성형 유망주’의 면모를 보여줬다.

여자배구, ‘김연경 예능’과 함께 다시 불붙은 팬심
최근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겪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김연경이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배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이 예능에서 김연경은 신인 감독으로 등장해 전술보다는 ‘팀워크’ ‘소통’ ‘성장’을 중심으로 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성장 스토리가 함께 담기면서, 국가대표 경기에서 느끼기 어려운 인간적인 배구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중년층이 다시 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전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김연경 이후 세대’
이번 한국-일본전은 단순히 한 경기 승패를 넘어 ‘김연경 이후’를 책임질 세대가 모습을 드러낸 경기로 평가된다. 팬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건 “과연 김연경의 뒤를 이을 선수가 누구인가”다. 손서연이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을 내놨다. 그는 단순히 공격력뿐 아니라, 세트 운영에 따른 판단력, 수비 가담, 팀을 이끄는 리더십에서도 이미 고등부 수준의 성숙함을 보여줬다.

국제무대 부진 속에서도 피어난 희망
최근 몇 년간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선수권, 올림픽 예선 등 국제무대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대교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마땅한 차세대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U-16 대표팀 활약은 분명 새로운 희망의 신호탄이다. 특히 손서연과 장수인, 리베로 이서인 등은 중학교 2~3학년 수준에서 이미 프로팀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결승전 관전 포인트는?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은 단순한 우승을 넘어 미래 세대의 경쟁 무대가 될 전망이다. 대만은 수비형 팀컬러가 강하고, 한국은 공격 중심 배구를 구사한다. 결승은 속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손서연의 강타와 장수인의 블로킹, 세터 이서인의 경기 조율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한국이 대만을 제압한다면, 이번 대회는 단순한 U-16 우승이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가 다시 일어서는 시작점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번 한일전 역전승은 단지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