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곰팡이 핀 ‘귤’ 여태 그냥 도려내고 먹었는데…‘이럴 수가’
2025-11-0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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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건강 지키는 귤 보관의 비밀
겨울이 시작되면 집집마다 상자째로 쌓이는 과일이 있다. 바로 귤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자 속에서 하얗게 곰팡이 핀 귤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대부분 '곰팡이 핀 부분만 도려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나머지를 먹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행동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곰팡이 핀 부분만 잘라내면 괜찮다?”…전문가 “절대 금물”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브래드 라이스펠드 명예교수는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을 통해 “곰팡이가 보이는 부분만 제거해도 음식 내부에는 이미 미세한 균사가 깊숙이 퍼져 있다”며 “그 음식은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곰팡이는 단순히 표면에 하얗게 피어나는 균류가 아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실처럼 가는 균사(곰팡이의 뿌리 구조)가 음식 내부로 길게 뻗어 있다. 특히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류, 그중에서도 85% 이상이 수분인 귤은 곰팡이가 내부까지 빠르게 침투한다. 따라서 겉부분만 도려낸다고 해도 이미 과육 속까지 곰팡이 독소가 번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라이스펠드 교수는 “곰팡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물질을 생성하며, 인체에 들어가면 구토, 복통, 천식, 기관지염, 간과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귤 곰팡이의 정체는?…‘녹색곰팡이’와 ‘푸른곰팡이’
귤에서 흔히 발견되는 곰팡이는 녹색곰팡이와 푸른곰팡이다. 두 종류 모두 과일 껍질의 상처나 눌린 부분을 통해 침입한다. 특히 박스 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귤은 서로 닿는 부분의 습기가 높아져 곰팡이 번식에 최적의 환경이 된다. 이 곰팡이는 단순히 귤을 썩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포자가 공기 중에 퍼지면 피부에 닿았을 때 발진, 두드러기, 가려움 같은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흡입 시에는 천식, 비염, 기관지염을 유발하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폐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이지 않는 독소 ‘아플라톡신’의 위험
곰팡이는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플라톡신’이다. 이는 곡물, 견과류, 향신료뿐 아니라 부패한 과일에서도 검출될 수 있는 강력한 발암성 곰팡이독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플라톡신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며, 소량이라도 장기간 섭취하면 간세포 손상,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곰팡이가 핀 귤은 절대 도려내서 먹을 것이 아니라 즉시 폐기해야 한다.
또한 함께 보관된 다른 귤들도 곰팡이 포자가 옮았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깨끗한 소금물이나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헹궈 세척하는 것이 좋다.
“보관 중 상하면 아깝더라도 과감히 버려야”
국내 전문가들 역시 귤은 수분이 많고 산도가 높아 한 번 곰팡이가 피면 안쪽까지 빠르게 번진다며 눈에 보이는 부분만 깎아내더라도 내부까지 이미 침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특히 박스 안에 곰팡이 핀 귤을 그대로 두면, 다른 귤로 곰팡이가 확산되는 속도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곰팡이 포자가 공기 중에 퍼져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면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귤 제철은 11월~2월…맛과 영양, 보관법은?
귤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100g당 비타민 C가 44mg이나 들어 있어 비타민 덩어리로 불린다. 비타민C 외에도 비타민A, E,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 비타민P가 풍부하다. 이 시기에 귤을 꾸준히 섭취하면 감기 예방, 피부 노화 방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보관이 까다롭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기 때문에 공기 중 습기나 압력에 쉽게 손상된다. 특히 상자째 구입 후 그대로 쌓아두면, 아래쪽 귤이 눌리면서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다.

귤은 겨울 필수 과일이지만…‘위생 관리’가 핵심
귤은 비타민C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대표 겨울 과일이지만, 보관 부주의로 곰팡이가 생기면 건강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귤을 자주 먹는 겨울철에는 가정 내 보관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은 단순하다. 곰팡이 핀 귤은 '조금만 상했으니 괜찮겠지'라며 먹는 것이 아니라, 즉시 버리고 남은 귤은 세척해 재보관해야 한다. 하얗게, 푸르게 핀 곰팡이 한 점이 가족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곰팡이 안 생기는 방법?…딱 '3가지'만 기억하자
귤에 하얀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보관하려면 ‘습기 제거, 통풍, 선별’ 이 세 가지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곰팡이가 피었거나 물러진 귤은 반드시 즉시 골라내야 한다. 상한 귤 하나가 주변 귤 전체에 곰팡이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남은 귤은 소금물, 베이킹소다, 혹은 식초를 탄 물에 5~10분 정도 담근 뒤 깨끗이 헹구고, 키친타월이나 신문지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미세한 습기까지 남아 있으면 곰팡이가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겉면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충분히 건조해야 한다. 보관할 때는 귤끼리 직접 닿지 않게 신문지나 키친타월을 깐 바닥 위에 일정 간격으로 펼쳐놓고, 층마다 종이를 한 겹씩 덮어 구분한다.
이때 밀폐된 상자보다는 통풍이 잘되는 바구니나 종이상자가 좋다. 귤이 숨을 쉴 수 있어 내부에 습기가 차지 않는다. 온도는 3~7도 정도가 이상적이며, 베란다나 김치냉장고처럼 서늘하고 통풍이 원활한 곳이 적합하다. 단, 냉장고에 장기간 둘 경우 신맛이 강해질 수 있어 개인의 기호에 맞게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장기간 두고 먹고 싶다면 껍질을 벗긴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냉동된 귤은 약 1년간 신선하게 유지되며, 해동 후에는 그대로 간식으로 먹거나 스무디, 주스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곰팡이를 막는 핵심은 ‘닿지 않게, 젖지 않게, 숨 쉴 수 있게’라는 세 가지 원칙이다. 곰팡이 귤을 분리하고, 표면의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서 보관하면 귤을 하얗게 곰팡이 없이 오랫동안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